더불어민주당 노웅래 미디어 언론 상생TF 단장(가운데)이 9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9일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에 언론과 포털사업자를 포함시키고, 관련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중 처벌과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을 고려해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태스크포스(TF) 단장인 노웅래 의원은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에 기존 언론이 포함되느냐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는데 오늘 회의에서 기존 언론도 포함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앞서 티에프는 유튜버 등 인터넷 이용자가 고의성 있는 거짓·불법 정보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의원 발의)을 2월 임시국회 처리 법안으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개별 이용자가 아닌 언론도 징벌적 손배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웅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언론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이용자”라며 “윤영찬 의원 발의안의 ‘이용자’에 언론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포털에도 징벌적 손배 책임을 지우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포털이 뉴스 공급의 70∼80% 이상을 맡는데 돈벌이를 위한 쓰레기 기사까지 게재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퇴출할 포털 관련법도 만들겠다. 어떤 법에 담을지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 일부에서 추진한 ‘가짜뉴스 근절법’은 추후 입법 과제로 넘겼다. 노 의원은 “가짜 뉴스의 정의와 규정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며 “숙려기간이 필요해 2월 안에는 처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안에 여러 제한 요건을 두긴 했지만, 문제는 이중처벌 논란을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점이다. 윤영찬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①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②불법정보를 생산·유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면책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9월 검토보고서에서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되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형법에 비해 가중처벌하고 있고, 특히 거짓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다른 위반행위와 견줘도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형사적으로 가중처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처벌 효과를 띤 징벌적 손배를 추가 도입하는 건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원론에선 찬성하면서도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고위공직자나 공인, 기업들이 징벌적 손배를 악용할 수 있다. 배상액이 늘어나면 소송비용도 늘게 돼 사회 약자들은 오히려 이용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가짜뉴스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이 법이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고,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언론환경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을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작전 펼치듯 처리하고 나면 나중에 고치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약속했던 기본적인 언론개혁 조처들은 외면한채 마치 분풀이하듯 가짜뉴스에 집착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 공적 논의를 촉진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가짜뉴스란 표현도 신중하게 써야 한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트럼프에 의해 오용된 이 표현 자체를 쓰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철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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