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10일 고 박원순 전 시장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박 전 시장 배우자의 말에 “울컥했다”며 동조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우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 편지글을 보았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울컥했다”,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또 11일이 박 전 시장의 67번째 생일이라는 점을 짚으며 “강난희 여사님과 유가족들이 힘을 내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고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씨는 최근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쪽에 쓴 손편지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전 시장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내용의 손편지는 온라인을 통해 전파됐는데 우상호 후보가 이 손편지를 보고 느낀 소회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강씨의 글은 개인의 주장이긴 하지만 이미
인권위에서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추행이 맞다’고 발표한 조사 내용을 부정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강씨는 편지에서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모를 통해 우리는 박원순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꿈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우 후보가 이러한 강씨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많다. 우 후보가 올린 페이스북 글을 지지하는 일부 댓글도 보이지만, “어이없다”, “실망이다”라는 비판을 넘어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왜 하는지 다시 찾아보기 바란다. 그걸 알면서도 사실을 부정하고 싶으신 거면 시장후보 자격이 없으니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서울시장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이런 걸 올리느냐”,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에서 인정된 박원순 성추행 사건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비판과 함께, “민주당은 뻔뻔하게 책임도 안 지고 이렇게 출마하고 있다”며 당헌을 고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우 후보의 이런 행보는 인권위 발표 이후 공식 사과한 당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7일 “인권위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피해자께서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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