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전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며 대표적인 진박(진짜 친박)으로 꼽혀온 국민의힘 소속 김재원 전 의원이 11일 “이길 수만 있다면 윤석열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떤가”라며 “차라리 윤석열이라도 안고 가서 이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강성 친박’ 지지층을 겨냥한 말이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과 악마의 손’이라는 글을 올려 “윤석열이 악마로 보였을 수는 있지만, 그 악마의 손을 잡고 어둠을 헤쳐낼 희망이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윤 전 총장이 한 역할 때문에 지지층 내부의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김 전 의원은 “탄핵과 적폐몰이의 중심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본인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법적 토대는 당시 박영수 특검의 공소장이었고, 특검의 중심인물은 윤석열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윤석열이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것도 적폐몰이 수사의 공을 높이 평가해 자신을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으로 승진시켜 준 문재인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지목하고 스스로는 국민의 보호자를 자청하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되었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누군가는 ‘보수우파가 아무리 급해도 피아는 분별해야 한다’고 하지만 탄핵 이후 적폐세력으로 몰린 보수진영은 사분오열되며 서로를 원수처럼 대했다”며 “근친증오의 결정판이었다. 그렇게 오염된 토양에서 보수의 지도자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뜨악해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아직도 ‘사기탄핵’을 외치는 태극기 아저씨들부터 ‘박근혜는 감옥에 가도 싸지만, 윤석열은 안된다’는 열혈 청년까지 수백, 수천의 전화와 메시지가 몰려온다”며 “전화로 목청을 높이는 그들에게 나는 ‘죽은 자식 고추 쓰다듬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윤석열이라도 안고 가서 이 정권을 끝내야지요’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의 선택이 대한민국에 보탬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전 의원의 글에선 ‘윤석열의 부상’을 바라보는 친박 세력의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근혜 탄핵’의 주역이었던 그가 일약 정권심판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반문재인의 상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그를 외면한 채 정권교체를 도모해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정치적 현실론과 정서적 거부감이 공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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