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에서 차기 당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중진 대 초선’ 구도로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 1년 남은 대통령선거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관리형 지도부’의 필요성이 대두했으나,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야당 지지가 4·7 재보궐선거의 승리 요인으로 꼽히면서 이참에 외연 확대를 위해선 소장파가 등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를 꾸린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빠른 시간에 전준위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준위 첫 회의는 다음 주 중반 예정돼 있다. 회의를 주재하는 정양석 사무총장은 <한겨레>에 “당헌·당규 개정이나 야권 통합 등의 절차가 변수”라며 “이런 절차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한 달 내 전당대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보궐선거 참패 뒤 새 지도부를 꾸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일정(5월2일)을 고려해, 국민의힘도 새 지도부 구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당 안팎에선 5선의 주 권한대행과 서병수·정진석·조경태 의원, 4선인 권영세·홍문표 의원, 3선인 윤영석·하태경 의원 등 ‘무게감 있는’ 중진들이 주자로 꼽힌다. 원외에선 김무성·나경원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언급된다. 이들은 야권 대선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 중도층과의 연대, 당 쇄신 등 장점을 부각하며 이미 물밑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눈에 띄는 것은 재보선 뒤 초선들의 움직임이다. 국민의힘 초선들은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낡은 보수의 껍질을 과감히 버리고 시대의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변화와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티케이(TK)·피케이(PK) 중심의 당 운영을 배격하겠다는 의지도 표했다. 초선 중에선 강민국·김웅·윤희숙·황보승희 의원 등이 대표직이나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초선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의 역동성, 적극성, 신선함을 줘야한다는 데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며 “사심 없이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함께 뜻을 모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레이스의 또 다른 관건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상 지도부를 출범하기 전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께서 합당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문제부터 정리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합당 작업이 먼저 진행될 경우에는 안 대표의 ‘국민의힘 대표’ 출마 가능성도 열린다. 주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본인의 의지의 달린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선 전당대회 후 통합’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합당 작업이 완결되기까지 고비가 적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주 권한대행이 ‘신속한 합당’ 의견을 제시한 것과 달리, 국민의당은 일단 숨 고르기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지난 100일간의 평가 작업”이라며 “전국 당원들을 만나 뵙고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주 권한대행과 안 대표는 전날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갖고 합당에 대해 논의했다. 주 대표 대행은 이 자리에서 안 대표에게 합당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청했다고 한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입장 정리에 대한) 답을 아직 못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한겨레>에 “(주 대표 대행과의 회동에서) 안 대표가 (합당에 대한) 당의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준 민심의 변화를 면밀히 돌아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합당의 세부 진행 절차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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