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감사패를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신경전이 이번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문제로 옮겨갔다. 내년 대선 승리를 명분으로 한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야권 1위 대선주자인 ’윤석열 영입’을 둘러싼 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비난하며 복귀 가능성을 닫아놓더니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민의힘에) 안 갈 것 같다.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오는 16일에 김 전 위원장이 금 전 의원과 회동하기로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실상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배제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그은 금 전 의원과 제3지대를 모색하면서 중도·온건 보수를 아우르는 지지층을 선점하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을 ‘야권 통합의 걸림돌’로 치부하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15일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당이 열린 플랫폼이 돼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해서 내년에 거대 민주당과 대선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지금까지 대선 국면에서 제3지대가 성공한 적은 없다. 만약에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출마하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야권 분열”이라고 우려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김 전 위원장의 예견에 대해선 “내일의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 미리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이끈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더 나아가 “윤 전 총장은 공정의 가치를 높이 들고 있다. 그런 그가 30년 전 그때 돈으로 2억1000만원, 그 어마어마한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느냐”고 직격했다. 1993년 김 전 위원장이 구속됐던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다시 꺼내 들며 공세를 편 것이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의 노욕에 찬 기술자 정치가 대선 국면을 분열과 혼탁에 빠지게 할 수도 있어 보인다”며 김 위원장의 행보를 “탐욕적 당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에게는 “‘김종인 덫’에 걸려, 야권을 분열시키고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하는 데 동참한다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힘과 김 전 위원장의 쟁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 전 의원이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이 금 전 의원의 ‘창당 구상’에 어느 정도 지분을 행사할지가 관심사다. 제3지대 신당이 윤 전 총장이 합류할 만한 매력과 존재감을 가질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신당 창당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보도는 언론의 작문”이라며 평가절하했다. 한 3선 의원도 <한겨레>에 “야권 내 분란이 일어나는 모습을 누가 반기겠느냐”며 “결국 대선 전 ‘큰 집’으로 모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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