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겨냥해 본격 정치 행보에 나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넋 놓고 있는 것이 애국”이란 독설에 “넋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 도처에 고통받는 이웃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렸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이라고 응수했다.
황 전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서 “진 교수님의 고언 잘 봤다. 감사드리고 경청하겠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저와 교수님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말씀 주신 대로, 넋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 도처에 고통받는 이웃이 너무 많다. 이런 분들께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이라도 드렸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이라고 밝혔다.
앞서 진 전 교수는 공개 활동 재개를 예고한 황 전 대표를 향해 “한국에서 그저 넋 놓고 있는 것으로 애국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말고 또 있느냐. 왜 그 특권을 굳이 마다하려고 하시는가”라며 비판한 바 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청년 문제를 열쇳말로 제시했다. 그는 “어려움을 말하는 분들 중 제가 가장 마음 쓰이는 분들이 우리 청년들”이라며 “공정을 애타게 바랐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소망은 사치일 뿐이었다. 취업난과 주거문제는 청년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적었다. 또 “주식투자와 코인 광풍 앞에 ‘영끌 빚투’하는 모습을 보며 경쟁사회 안에서 버텨내는 삶의 방식 앞에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라며 “확산되는 ‘청년 고독사’ 소식까지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분들을 외면하고 ‘넋 놓고 있음’을 애국으로 알며 지낼 자신이 없다”며 “제가 선배들로부터 받은 것에 비할 수 없지만, 어떻게라도 후대 청년들에게 내리 갚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19일 1년여 만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떤 형태로든 나라와 국민, 민생을 챙기기 위해 역할을 하겠다”며 정치 활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 참패 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10여 개월간 정계를 떠나 있던 황 전 대표는 4·7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피겠다”며 부산과 서울 지역을 도는 이른바 ‘백의종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인기에 자극받은 황 전 대표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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