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굴엔 미소를 띠었지만 말 속엔 뼈를 담았다.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원구성 재협상을 놓고 여야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만난 자리. 겉으론 훈훈했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숨길 순 없었다.
4일 오후 상견례를 앞두고 두 원내대표는 이미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김 원내대표는 취임 뒤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불법적 장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174석 정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불법인 근거를 찾지 못 했다. 김 원내대표가 (불법이라고 표현한) 법적 근거를 제시해주시면 고맙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첫 상견례에서 두 사람이 법사위원장 문제를 놓고 공개적인 설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일단 덕담으로 공개발언을 시작했다. 김 원내대표를 맞이한 윤 원내대표는 “1년 넘게 김기현 의원님을 가까이서 뵌 적이 있다. 항상 그 눈가에 부드러운 웃음과 미소로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시는 인상이셨다”며 호의를 보였다. 김 원내대표도 “멀리서 보면서도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 마음도 아름다운 분, 그렇게 제가 윤호중 의원님을 기억하고 있어서 좋은 분이 원내대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윤 원내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김 원내대표의 부드러운) 그 인상을 계속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웃었다. 취임 뒤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김 원내대표를 에둘러 꼬집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김기현이란 사람이 그렇게 모난 사람 아니란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거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야당의 강·온 기조는 여당의 협치 여부에 달렸다는 경고였다.
두 원내대표는 이날 만남에서 원구성 재협상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두 당은 회동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법사위원장 문제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원론적인 대화만 했다. 국회 정상화 관련해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정도의 말씀만 드리겠다”(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고만 답했다. 법사위원장 배정 문제를 놓고 양쪽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 셈이다. 다만 두 당은 손실보상법 처리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하고, 국회 백신사절단 구성 등을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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