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김웅 의원·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소장파 당권 주자를 겨냥해 “에베레스트를 가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다음 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약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방금 언급한 그런 분들은 아마 티브이(TV) 토론 같은 데 주기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정치력은 짧아도 국민들에게 이름은 많이 알려져서 거기에서 꽤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우리 당도 정권을 되찾아서 존속하느냐, 아니면 10년 야당이 되느냐 기로에 서 있는 아주 중요한 선거인데, 개인의 정치적인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중간산들도 다녀보고 원정대장을 맡아야 하지 그냥 포부만 가지고 하겠다는 것은 저는 국민들이 잘 판단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경험의 중요성을 앞세워 초선 및 소장파 당 대표 후보들을 견제한 것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즉각 반응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주 전 원내대표의 발언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한 산악인이라면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더 험한 곳을 향해 도전할 것이다. 주호영 선배께서는 팔공산만 다섯번 오르시면서 왜 더 험한 곳을,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하셨습니까”라며 “팔공산만 다니던 분들은 수락산과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하게 산에 도전하는 후배들 마음을 이해 못 한다”고 썼다. 주 전 원내대표가 보수 지지층이 두터운 대구를 지역구로 5선을 이어간 사실을 비꼰 것이다.
주 전 원내대표는 또 이날 방송에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온 ‘영남당 탈피’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행위에 가깝다”며 직격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를 폄하하는 자해적인 발상이다. 지역주의를 다시 불러내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더 혁신을 잘 할 것이고 당을 승리로 이끌 것인지를 경쟁해야지, 출신을 가지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당을 어렵게 하는 해당 행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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