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황우여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를 한달 앞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레이스가 나경원 전 의원·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원외 인사들의 예상밖 선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원내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은 원외 인사들이 우세한 흐름이다. 당원과 일반 국민의 투표 반영 비율을 규정한 ‘경선 룰’ 싸움도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최근 발표된 당 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8~11일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나 전 의원이 15.9%, 이 전 최고위원이 13.1%로 1~2위를 기록했다.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로 피엔아르(PNR) 리서치가 8~9일 조사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나 전 의원(18.5%)이 선두였고, 이 전 최고위원이 13.9%로 뒤를 이었다. 유력 주자로 꼽혔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두 여론조사에서 모두 3위였고, 중진인 홍문표·조경태·권영세·윤영석·조해진 의원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후보들의 유불리를 가를 경선 룰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 첫 회의를 열어 선출 일정을 확정했지만 구체적인 경선 규칙을 확정하지 못했다. 현재 당헌·당규는 당 대표 선거 반영 비율을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초선 의원과 청년 당원들을 중심으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중적인 인지도나 참신함으로 민심을 사로잡아 여론조사에서 점수를 따겠다는 전략이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초선 김웅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초선 그룹에서 (지금의 경선 룰은) 당과 국민의 괴리를 가져온다는 불만이 많다”고 밝혔다. 한 비상대책위원은 <한겨레>에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치러지는 경선이기 때문에 당심보다는 민심을 더 반영해야 우리 당의 바뀐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당원 홀대론’을 들며 현재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별 당원 숫자가 영남이 많고, 중진일수록 당 장악력이 높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도 여론조사 10%, 당원(일반당원·대의원·권리당원) 90%로 경선을 치렀고, 정의당은 당원 100%였다”며 “당심을 무시하고 갈 순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워회는 오는 17일께 경선 룰과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논의해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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