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음달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선 당권주자들이 중진 정치인들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이에 대한 견제가 시작되면서 ‘초선-중진 대결’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륜’이 자산인 중진 의원들에 맞서기 위해 초선 의원들이 택한 전략은 ‘저격’ 또는 ‘파격’이다. 지난 14일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김은혜 의원의 저격 대상은 나 전 원내대표다. 김은혜 의원은 17일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두달 전에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마를 하신 분을 소환해야 할 만큼 이른바 중진그룹의 인재풀이 고갈됐다는 얘기가 아닐까. 새 판 짜기로 가야지 돌려막기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 전 원내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도로 영남당보다 도로 한국당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김은혜 의원은 나 전 원내대표의 당대표 당선이 “(도로 한국당 회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은혜 의원은 이날 페북에 “언젠가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게 된다면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 접하기 힘든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웅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움직이는 캠프' 캠핑카 출범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초선 당권주자인
김웅 의원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온라인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움직이는 캠프(움캠)’를 설치하며 이색 유세에 나섰다. 캠핑카를 이동형 캠프 사무실로 삼아 직접 현장을 찾아가 당원들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존 당의 리더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움캠’ 출범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존 정치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중진 후보와의 차별화를 전략으로 삼은 것이다. 초선 당대표 후보로서 출마 명분으로 삼은 ‘쇄신’과 ‘개혁’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행보다.
나경원이라는 유력 중진후보의 출마는 초선-중진 대결 구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가 출마하면 주호영·나경원 등 유력 중진 후보와 김웅·김은혜 등 초선 주자 간 경쟁 구도가 확실해진다. 중진보다 당내 입지가 좁은 초선 주자들 입장에서는 쇄신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들을 공격하며 차별화 하는 것이 유리하다.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때 사용했던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을 재계약하는 등 당 출마 준비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원내대표는 <한겨레>에 “사무실은 그 전부터 다목적 용도 등으로 필요했다”면서도 “마지막으로 주변에 의견을 더 물어야 할 것 등이 남아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오연서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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