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김웅(왼쪽부터), 김은혜 초선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신인 당대표 출마자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여성 정책 등을 둘러싼 논쟁이 학력·재산 ‘상위 1%’ 공방으로 번졌다. 변화와 쇄신을 내건 신진 세력들의 당권 경쟁도 기득권 대결 구도 아니냐는 비판이 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준석의 청년·여성할당제 반대…“트럼프 화법 갈라치기”
김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청년할당제를 제대로 시행해 본 적도 없는데 폐지론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청년할당이란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불투명한 영입과 충원 방식’이 문제라고 말해야지, 모든 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식의 ‘트럼프 화법’으로 갈라치기를 하면 불필요한 논란만 증폭된다”고 적었다.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며 청년·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청년·여성할당제 도입을 약속한 김 의원은 ‘여성의 길거리 두려움은 피해망상에 가깝다’는 취지의 이 전 최고위원 발언도 비판하며 “불편함과 불공평·불평등을 피해망상이라고 봐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둘의 공방은 22일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열린 신인 당대표 출마자 초청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김 의원이 “(청년·여성) 할당제 다 없애면 뭐가 대안이 되냐”고 묻자 이 전 최고위원은 “토론이든 연설이든 아니면 정책 공모전이든 공정 경쟁의 기준을 세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정치는 성적순이 아니지 않냐. 공정 경쟁도 어느 정도 수위에 올라간 분들이 수혜를 받게 된다. 토론은 못 하고 말이 없지만 묵묵히 봉사하며 살아온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응수했다. 김웅 의원도 “우리 당 안에서 정말 이 전 최고위원 같이 똑똑한 사람도 노원에 가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일반적 청년들이 들어와서 우리 당에서 버텨낼 수 있고 당선될 수 있을까”라며 할당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김은혜 겨냥 “재산 상위 1% 되고 싶어”
이미 김 의원은 당 대표 출마설이 나오던 지난 6일 “2030세대의 분노를 부추기고 편가르기 하는 방식이어선 해결책을 제기할 수 없다. 남녀갈등으로 풀면 2030 세대 문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일찌감치 이 전 최고위원 견제에 나섰다.
두 사람은 인지도 있는 신진 당권주자라는 공통점과 여성정책에서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차이점을 가진 후보들이다.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에는 서로를 ‘상위 1% 기득권’이라며 공격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공부 잘하는 ‘상위 1%’로 살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99%의 삶도 돌아보는 게 제1야당 대표 선거의 의미다. 능력 있는 사람의 시선에서 불공평이 보일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과학고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이 전 최고위원이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공정한 능력주의’를 내세우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다. 같은 날 페북에 “모든 청년이 이준석처럼 할 수는 없다”고도 적었다.
그러자 같은 날 이 전 최고위원은 “머리가 상위 1%라는 것은 칭찬인 것 같아 감사하다.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그건 부질없고 재산이 상위 1%가 한번 되어 보고는 싶다. 그래서 코인도 조금하고 그런다”고 응수했다. 김 의원이 재산 216억원을 신고한 자산가라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신진 돌풍이라고 하는데, 의제보다 재산·학력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게 쇄신이냐”고 꼬집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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