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이 여야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정’의 잣대로 조 전 장관에 집중포화를 퍼붓는 한편, 다시 한번 ‘내로남불’을 성토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그동안 조국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한 처지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0일 “본인 신원과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같다”며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 촛불로 불장난을 해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라고 논평했다. 전날 야권 대권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며 “조국 사건은 사이비 진보들의 밑바닥을 보여줬고, 이 때문에 민심이 그들을 떠났다”고 조 전 장관을 저격했다. 이참에 ‘조국 회고록 논란’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의 저서 출간을 환영한다. 대선주자들이 모여 조국 저서를 놓고 ‘우리 시대의 공정이란 무엇인가’의 화두와 진지하게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적었다.
윤 의원은 조 전 장관 회고록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이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공정에 대한 대선주자의 시각을 밝히셨으면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일부 대선주자들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감을 표시한 반면, 당 전반적으로는 4·7 재보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의 회고록 출간이 또 한차례의 진영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조국 사태’가 끊임 없이 재소환되며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모적 논란거리로 치달을 수 있는 이슈를 화젯거리로 삼는 건 지혜롭지 않다”며 “(회고록 출간이) 당으로서는 별로 좋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어떤 의견이든) 내부 갈등을 조장하는듯 보이는 게 곤혹스러워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조 전 장관과 선을 긋고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아빠 찬스’는 사실이기 때문에 (조국 사태는) 젊은이들이 여권에 반발하기 시작한 지점”이라며 “조 전 장관으로선 멸문지화를 당한 것이어서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으니 민주당이 잘못했던 대목은 사과하고 가자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다음달 초 취임 한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지도부가 곧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들은 확전을 피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 지도부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을 출간한 한길사는 지난 27일 저녁 출간 소식이 알려진 이후 29일까지 온라인 서점 예약판매량이 4만부를 넘겼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배지현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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