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대구 동구 MH 컨벤션센터에서 뉴대구운동 주최로 열린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초청 특강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1주일 앞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둘러싼 논쟁이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불붙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김 전 위원장이 비판적 태도를 보이자,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김종인 상왕정치론’을 제기한 것이다. 당대표가 되면 ‘김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오겠다’는 이준석 후보가 결국 ‘불공정 경선’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공세다.
나 후보는 6일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의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을 김 전 위원장이 깎아내린 최근 발언을 짚으며 “최근 이준석 후보와 김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했을 때 매우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썼다. 나 후보는 “아시다시피 이준석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을 꼭 모셔오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직접 겨냥해 평가절하 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야권 대선후보군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만나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안에서 대선 주자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고 한다. 과거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윤 전 총장을 치켜세웠던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강연 뒤 기자들을 만나 윤 전 총장에 대해 “다시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면서 그를 도울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나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과 이 후보가 1일 토론회에서 “김 전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셔오겠다”고 발언한 것을 연결해 두 사람의 ”위험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이래서는 필패다. 분열은 정권교체 폭망의 지름길”이라며 당 밖에서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의 복귀를 경계했다.
주 후보도 가세했다. 주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그 누구도 대선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독점할 권한은 없다”며 “범야권 대선후보들을 보호해야지 낙인찍는 것은 적전분열일 뿐”이라고 적었다. 주 후보는 또 “선택은 국민이 한다. 삼신할매가 따로 있지 않다”며 김 전 위원장의 ‘당 밖 정치’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후보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나 후보의 ‘위험한 공감대’ 주장에 대해 “‘지라시’가 돌면 우연의 일치인지 나 후보가 비슷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음모론을 제기한다”며 “이런 거 말고 경험과 경륜을 빨리 선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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