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막말 주고받는 이준석-나경원…누가 당권 잡건 ‘뒤끝’ 우려

이 “보수 유튜버 같은 침소봉대”
나 “내부 싸움으로 패배주의 심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부터), 이준석, 주호영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후보들 간의 감정싸움이 날로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예비경선 1‧2위인 이준석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막말 공방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당 대표 선거 이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와 나 후보는 인터뷰·방송토론·에스엔에스(SNS) 등 자리를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비수를 날리고 있다. 이 후보는 9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나 후보의 방식이 보수 유튜버들이 제목 뽑아내는 것과 유사하다. 침소봉대하면서 조금만 뭐가 있으면 단독, 특종, 드디어 발각, 문재인 정부 끝장, 이런 극단적 용어로 장사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윤석열 배제론’을 (내게) 씌우려는 것 자체가 아무리 선거라지만 정말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에서 배제하려고 한다’는 나 후보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나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어쩌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정치 공세와 압박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우리 안에서, 같은 보수끼리 주고받은 날선 비난과 아픈 질타들이 우리의 패배주의를 짙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두 후보는 전날 티브이 토론회에서도 “달창(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비하)이라고 하신 분”, “민주당 사람”이라며 진흙탕 공방을 이어갔다.

선거에서 잡음이 나오는 건 으레 있는 일이지만, 내년 대선을 이끌어야 할 당 대표 후보들이 정책이나 비전 대신 경쟁자 흠집 내기에 몰두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점점 ‘에스컬레이팅’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누가 이기든 마무리가 잘 돼야 하는데, 이러면 (이 후보와 나 후보가) 서로 감정이 안 파이겠나”라고 말했다. 피케이(PK·부상경남)를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정권교체라는 대명제가 있는데 막말이 앞서는 게 보기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0선’인 이 후보가 당 대표를 맡게 되면 전당대회에서 생긴 감정의 골이 리더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제는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감정싸움이 절정에 이르렀다. 대선 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다른 한 중진 의원은 “정권교체를 못 하면 당 전체가 위험한데 그런 사적인 감정은 금방 사라질 것”이라며 “선거에서 이 정도 설전 없는 게 어딨나. (두 후보 모두) 내상이 깊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