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인터뷰 기사가 실린 미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시간이 나에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평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 다방면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손짓하고 있지만, 1년도 남지 않은 임기가 끝나면 과거와 같은 전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타임>은 “문 대통령 스스로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아마 아무도 이를 할 수 없다는 암울한 사실을 알려준 게 문 대통령이 남기는 유산일 것”이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의 <타임> 인터뷰는 2017년 5월에 이어 4년 만이다. 당시 표지기사 제목은 ‘협상가’였지만 24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이번 표지기사 제목은 ‘마지막 제안’이었다.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북-미 대화의 의제로 올리려면 “비핵화 및 제재 완화 순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재에 따른 악순환이 아니라 제재 완화로 협상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선순환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고 거듭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방문해, 15만 북한 관중의 “눈빛과 태도”를 통해 그들 역시 “평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했고 “북한이 매우 달라졌으며, 발전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타임>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공동성명에 담아낸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화해, 협력을 지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이 인터뷰 중 트럼트 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자 애쓰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고 부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중국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 인터뷰를 실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규정한 ‘다수의 북한 관측통’들의 시각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미국 스텔스기(F-35) 40대 구매에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히 배신당했다고 느꼈으며, 임기 막바지인 정부와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는 북한 고위관료 출신 탈북자의 발언도 인용했다. 협상을 위해 곧바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는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 등 미국 쪽의 강경한 입장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코로나19와 지구 온난화, 중국의 부상과 같이 북한 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타임> 사진 촬영에 응했다. 청와대 제공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