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가까스로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을 수습하는 듯하던 여권에 또다시 불똥이 떨어졌다. 다시 한번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비서관은 25일 전자관보에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 결과 경기도 분당 아파트(14억5천만원)·서울 마곡동 상가(65억4800만원)·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4970만원) 등 총 91억2623만원을 신고해 지난 3월 새로 임용되거나 승진·퇴직한 고위 공무원 73명 중 가장 많았다. 금융채무도 54억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 비서관은 마곡동 상가 구입 등을 위해 수십억원대의 빚을 지는 ‘영끌 빚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광주 송정동 임야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이른바 ‘맹지’이지만, 경기 광주 송정지구 개발로 신축되고 있는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 투기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김 비서관은 이 땅을 2017년 구입했는데 광주시는 이듬해인 2018년 주거단지 및 상업·업무 시설을 조성하는 개발계획을 인가했다. 김 비서관은 이에 대해 “해당 토지는 광주시 도시계획조례(50m 표고 이상 개발 불가)로 인해 도로가 개설되더라도 그 어떤 개발 행위도 불가능한 지역으로 송정지구 개발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김 비서관은 “토지를 취득할 당시에 이미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였기에 개발을 통한 지가상승 목적으로 매수한 것도 아니다. 해당 토지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이 매수를 요청하여 부득이하게 취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오해를 드린 점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광주의 해당 토지 등은 모두 신속히 처분하고자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의 부동산 논란으로 인해 다시 한번 청와대의 인사 검증 과정에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을 임명하기 20일 전인 지난 3월 11일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부동산투기 전수조사를 벌여 투기의심 거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비서관은 당시 임명 전이어서 조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후 인사 검증 때 이를 철저히 확인했는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6일 “김 비서관은 투기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만 부동산 개발구역에 인접한 토지에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며 “시민들의 상식선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 정도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은 부실을 넘어 부재한 것이나 다름없다. ‘영끌 대출’ 김 비서관은 즉각 사퇴하고 청와대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밝혔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엘에이치(LH) 사태로 엄중한 심판을 받고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있는 자를 고위공직자에 임명한 문재인 정권은 반성은 한 것인가. 다른 곳도 아닌 공직자의 부패를 막는 반부패비서관 자리여서 더 분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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