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에게 국적 취득의 문을 열어주는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개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8일 ‘국적법 개정안 입법 반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려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단체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별도로 의견 청취 절차를 계획하고 있다”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가진 전문가도 포함하는 국적 전문가 회의 및 토론회 등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국적법 개정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적법 개정안은 지난 4월26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특정 요건을 갖춘 영주권자 자녀가 신고만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영주권자 자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성인이 된 뒤 귀화 허가를 받아야 했다.
청와대는 법무부 개정안에 대해 “이들 아동이 국내 출생 후 정규교육 이수 등으로 국민에 준하는 정체성과 깊은 유대감을 가진 경우라도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단독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했다”면서 “아동인권 차원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 조기에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국민 정체성을 더 빨리 함양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뒤 중국인 특혜시비로 논란이 번졌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지난 5월 31일 페이스북에 “의도적으로 문턱을 낮춰가면서까지 대한민국 정부보다 중국정부를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셔올 이유가 없다”고 썼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국적법 개정을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를 해결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사고에 불과하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개정안 입법 반대’ 청원이 올라왔고 31만명이 동의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적제도는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을 결정하는 것인 만큼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국적법 개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적법 개정안 적용 대상을 3930명으로 추산했다.
청와대는 외국인 자녀를 위한 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미국 사회 내 소수인 한국 동포사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재미 한인들의 기여가 미국사회에 다양성과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과 함께 아시안계 대상 혐오 범죄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한 바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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