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송두환(72) 법무법인 한결 대표변호사를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고승범(59)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명했다. 지난 3월 청와대 경제수석과 기획재정부 차관에 이어 이날 금융위원장 인사까지 이어졌지만, ‘최장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속 자리를 지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장과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과 차관급 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다. 송두환 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3년 대북송금의혹사건 특별검사도 맡았었다. 박수현 수석은 “송 후보자가 시민의 정치적 자유 등 기본권 확대,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 등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송 후보자는 공개모집 및 후보추천위원회 절차를 거쳐서 선정되었으며,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등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요구해온 인권위원 선출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행시(28회) 출신으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금융서비스국장 등 주요 자리를 거쳤고 현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위원 7명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 수석은 “금융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최초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연임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는 평가”라면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 기관과의 긴밀한 소통·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임명할 예정이다.
금융위원장 등이 교체되었지만, 한때 교체설이 돌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2018년 12월 임명돼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은성수 위원장은 본인의 사정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인사를 했고, 홍 부총리 인사를 할 계획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박준영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진 사퇴한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도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국정 성과를 마무리 지어야 할 시기다. 현 장관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문성혁 현 장관이 사실상 유임되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이와함께 행정안전부 차관 등 차관급 인사 6명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차관에 고규창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협력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에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여한구 대통령비서실 신남방·신북방비서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박무익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 국립외교원장에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을 내정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는 한-미 동맹이나 한-일 관계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한국의 ‘자주 외교’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원칙적이고 강경한 발언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일 갈등이 한창 극에 달했던 2019년 9월엔 세종연구소의 공식 보고서에서 당시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아베의 배은망득과 결례의 귀결”이라 평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감사원장 후임 인사를 지명하지 않았다. 청와대 쪽은 “헌법기관으로서 감사원의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는 업무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적임자 임명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완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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