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도입된 이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700만명의 국민이 약 9조2천억원의 의료비 부담을 덜었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70%에 한참 못미친 64.2%밖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민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라고 자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약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건보 보장성 강화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치료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정책”이라면서 “우리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여 민생과 경제 활력을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정책에 의해 우리는 개인 질환뿐 아니라 코로나 예방과 진단, 치료비용부터 야간 간호료와 의료인력 지원 비용에 이르기까지 감염병과 연관되는 모든 분야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면서 “건강보험이 코로나 방역의 최후방 수비수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가계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비급여(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 항목을 급여화(건강보험 적용)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진료기술이 발전하고 의료서비스가 세분화되면서 새로 생겨나는 비급여 항목도 많다”면서, 특히 “갑상선과 부비동 초음파 검사는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주 이용하는 검사다. 당초 계획을 앞당겨 올 4분기부터 비용부담을 줄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까지 중증 심장질환, 중증 건선, 치과 신경치료 등 필수 진료의 부담도 덜겠다고 약속했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원 확대와 저소득층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등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바 있다. 특진비로 불렸던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상급 병실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였으며,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확대했다. 의료비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간 본인 부담 상한액도 인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2019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임기 이전인 62.6%에서 불과 1.6% 포인트 올랐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보장률 상향이 더딘 이유는 건강 보험 적용범위가 확대되긴 했지만, 비급여 진료가 더 빠르게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고대회 참고자료에서 “상급종합병원에서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상승했고, 종합병원 보장률 역시 같은 기간 63.8%에서 66.7%로 상승했다”고 밝히며, 문 대통령의 공약인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64.2%)이 낮은 것은 감추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추진한 정책이었으나 4년이 지난 지금 2017년~2019년 보장률을 살펴보면 각각 62.7%, 63.8%, 64.2%로 매우 소폭 상승한 것에 그쳤다”면서 “재난적 의료비 감소 효과도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의료비로 인한 빈곤화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구순구개열 자녀를 둔 어머니와 중증 아토피를 앓고 있는 환자 등이 치료비 감소 혜택을 받은 건강보험 확대 체험담을 듣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은 여러 환자분들의 말씀을 들어 보니 정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어지는 한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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