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 홍범도 장군 훈장 추서식에서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으로부터 크즐오르다 묘역 분토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유해가 봉환된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17일 수여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는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국빈 방문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함께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국 정상이 훈장 수여식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훈장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신 받았다.
문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지난 15일 평생의 소원대로 독립을 이룬 고국으로의 마지막 여정을 마치셨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있은 지 100년 만이다. 장군께 드리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은 대한민국의 영광인 동시에, 장군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이라고 말했다.
홍범도 장군은 지난 1962년 항일무장투쟁의 공적과 건국의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받은 훈장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건국훈장 5개 등급 가운데 1등급이다. 청와대는 최고 훈장을 추가로 수여한 배경으로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공적 외에도 전 국민에게 독립정신을 일깨워 국민 통합과 애국심 함양에 기여한 공적이 있고, 또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한 동포사회의 지도자로서 고려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긍지를 제고하기 위해 힘썼다”고 설명했다.
수여식에 참석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1943년 순국한 홍범도 장군의 사망진단서 원본과 말년에 수위장으로 근무했던 고려극장 사임서 복사본을 전달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인과 한국인 모두 독립의 가치를 이해한다”며 “홍범도 장군의 이름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토카예프 대통령은 훈장 수여식에 이어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하고 24개 분야의 양국간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확대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한국의 첨단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첨단기술 도입을 희망한다”고 했고, “카자흐스탄은 희토류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양국 간 지질 탐사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희토류 등 희귀광물은 배터리 등 분야에도 꼭 필요하므로 양국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을 계속 펼쳐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크즐오르다시에 홍범도 장군에 관한 기념물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한국 측이 적절한 지원을 제공한다는데 합의했다”며 “카자흐스탄 측은 홍범도 장군을 기리기 위해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한 교육 협력과 농업 협력 분야에서 크즐오르다주 내 사회적 사업 추진을 제안했고, 양측은 협력사업들을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제와 싸운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지난 15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고국으로 귀환했다.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은 2019년 4월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요청하면서 추진됐고, 이번 국빈 방한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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