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왼쪽)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이상균(오른쪽) 학교법인 신일학원 이사장이 17일 아바이 쿠난바예프 시인의 흉상 제막식을 하고 있다. 서울사이버대 제공
한국을 방문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미아동 서울사이버대 교정을 찾아 카자흐스탄의 문호인 아바이 쿠난바예프(1845∼1904)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카자흐스탄은 두 나라 문화예술 교류 협력에 앞장서온 서울사이버대에 아바이 흉상 건립을 요청했고, 이번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계기로 결실을 맺었다.
아바이는 시인이자 작곡가, 번역가, 철학자로 카자흐스탄 문학의 자부심으로 꼽힌다. 아바이가 등장하기 전 카자흐스탄 문학은 대부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유목민의 구전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아바이는 유목문화의 전통 위에 러시아와 서구의 근대사조, 고대 페르시아의 지적 자산을 투영해 카자흐스탄 문학의 토대를 닦았다. 또한 카자흐인들의 빈곤·부패를 막기 위해 교육·문맹퇴치를 독려하는 글을 쓰면서 사회·문화개혁을 이끌었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이같은 작품 활동을 한 아바이를 카자흐스탄의 민족의식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일깨운 최초의 민족적 영웅으로 여긴다. 지난 1995년 유네스코는 ‘올해의 인물’로 아바이를 선정했다.
지난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문 대통령도 아바이를 ‘위대한 시성’이라고 칭하며 “어려움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리, 뒤에는 꽃피는 봄이 온다네”라는 그의 시를 인용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이뤄진다면 양국간 경제협력도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소망했다.
국내에도 아바이를 통해 카자흐스탄 문학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의 김병학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장은 아바이의 시 100편을 묶어 시선집 <황금천막에서 부르는 노래>를 번역해 출간했다. 광주고려인 마을엔 18일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는 홍범도 장군처럼 1930년대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한인들의 후손이 살고 있다.
흉상 제막식에는 바킷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 라임쿨로바 카자흐 문화체육부 장관, 이상균 신일학원 이사장, 강인 서울사이버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한국-카자흐스탄 소사이어티 회장) 등이 함께 했다.
이상균 이사장은 “국민시인 아바이는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운율로 20세기 중반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삶과 영혼에 희망과 빛이 되어준 고마운 선각자”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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