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코로나19와 양극화 대응, 미래 먹거리 준비 등을 꼽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동산 등 자산 격차가 확대된 것을 지적하며 청와대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유 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 5개월간 가장 국민들한테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3가지만 말해보라’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코로나 위기 대응, 양극화에 대한 소득 분배, 기업 중심으로 미래산업에 대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저는 먼저 주택 지옥이 생각난다. 집값 전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데 아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또 좋은 일자리가 사라진 ‘일자리 사막‘과 증가한 국가 채무 등을 ‘문재인 정부 하면 생각나는 세 가지’로 꼽았다. 김 의원은 “유 실장은 (정부가) 잘한 것처럼 말해서 인식의 괴리가 느껴진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잘했다고 평가하기에 이르다는 비판도 나왔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사망하신 분도 계시다”고 한 뒤 “정부가 백신 구입을 당겼더라면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답답하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 코로나 대응을 잘했다는 자화자찬은 국민들이 웃는다”고 말했다.
유 실장이 ‘양극화 대응’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자산의 양극화는 더 심화하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총자산 기준으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번 정부 취임 첫해인 2017년 41.1%에서 2018년 41.49%, 2019년 42.36%, 2020년 42.54%로 3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집값이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0.6%)을 보이는 등 부동산으로 인해 자산 양극화가 큰 폭으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소득 격차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 올해 2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하위 80% 가구의 소득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상위 20% 가구만 월평균 소득이 924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다.
문 대통령도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양극화가 큰 문제”라면서 자영업과 서민, 일자리 상황 등을 우려한 뒤 “정부가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동수당 도입 등 공적이전소득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산과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대처를 놓고 청와대와 야당은 공방을 벌였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부동산은 사이클이 굉장히 긴 시장이다. 엠비(MB·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백방으로 부동산을 살리려 노력했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서 (가격) 증가율이 낮았고, 이 정부는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했지만 잘 못한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린) 유동성 확대로 이런 현상이 나왔다. 한국 주택시장 상승률은 선진국 평균 수준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정책이 5∼6년 뒤 효과가 나온다고 말하면, 5년 임기인 정부는 그런 사이클을 보고 (미리) 정책을 냈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정책실장은 국회에 겸손하고 열린 자세로 올 필요가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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