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케이애드벤처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화이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세계 4대 벤처강국으로 확실하게 도약하겠다”면서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복수의결권 도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다가 특혜 논란 속에 사그라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 추진을 재점화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케이(K) 애드벤처(제2벤처붐 성과와 미래)’ 행사에 참석해 “경영권 부담 없이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면서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함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세금부담을 대폭 낮추고, 1조원 규모 초기 창업기업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1주당 1의결권을 주는 일반 주식과 달리 1주당 2의결권 이상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상법에선 인정되지 않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경제단체들이 오랫동안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을 주장했었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창업과 벤처투자가 활성화된 나라에선 도입된 제도다. 현재 국회엔 1주당 10의결권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정부도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제2 벤처붐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주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지배력이 심화시켜 사익 추구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도입해 반대해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성명을 통해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 기업 문화에서 창업주의 입맛대로 회사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아, 이는 소수주주 권리 보호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벤처기업이 투자를 받으면서 유능한 창업가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졌다는 사례를 아직 본 적이 없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법 개정 등으로 인해 삼성 등 재벌들의 기업 상속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들이 승계를 위해 우회할 수 있는 길은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등만 남아있다. 오히려 나중에 재벌들에 의해 승계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완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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