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열린 '승부사 문재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청와대를 떠난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승부사 문재인>이라는 책을 펴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아직 9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대통령의 전직 참모가 펴낸 이례적 회고록이다. 1일 서울 통의동 역사책방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번 책이 “일종의 ‘코로나 난중일기’”라고 소개했다. “선거 국면이다 보니 대통령의 방역 노력을 폄훼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우리 정부의 방역을 실패로 규정하는 주장들이 범람하고 있”으며 “방역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대통령이 난국을 헤쳐나온 기록을 내놓기로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책 출간에 대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는 취지의 답을 문 대통령에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지난해 3월26일 아침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회의 필참’을 지시했다. “어제 결론 못 내린 문제는 내일 다시 모여 논의를 마무리합시다. 정책실장님은 몸이 안 좋아도 그 회의에는 참석하라고 하십시오.“ 이날 김상조 정책실장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미열이 나서 방역 수칙에 따라 자택에 머문다고 했지만 대부분 그가 ‘칭병 중’이라고 생각했다. 김 실장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완강한 반대입장이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전 국민 현금 지급보다는 고용보험 등 실업대책이 급선무라는 주장도 여러 차례 했다. 김 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등 재정 당국의 입장은 같았다.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침대에 누워버린 것’이었다.
문제는 누구에게 얼마를 주느냐였다. 국민 50%, 70%, 80%, 100%. 사지선다형 문제 하나만 풀면 되는데, 대통령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사지선다형 문제였다.
문 대통령이 고른 답은 ‘70%’ 지급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신당부하고 싶습니다.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입니다.” “본인 소신과 다를지라도 대통령의 결단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지난해 8월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문 대통령이 격한 어조로 화를 냈던 상황도 소개됐다. “몇명이 깽판 쳐서 많은 사람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하다니요”라며 8·15 집회에 분노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집회에 참석했다가 확진된 유튜버가 치료시설에서 주는 음식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금 밥이 맛이 있냐 없냐니, 한심할 정도네요”, “세상이 상식있게 돌아가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강 전 대변인은 서문에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전직 검찰총장이 출마를 선언하고, 감사원장이란 사람까지 까치발을 하고 무대 주변을 기웃거린다. 윤석열씨는 출마 선언을 하면서 우리 정부가 ‘국민을 약탈’했다고도 했다. 약탈이라, ‘왜’와 ‘무엇’조차 담지 않은 거친 주장을 하는 만용이 용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슴이 답답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야당 대선후보 양성론’에 대한 소회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곁들었다. 그는 “대통령과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와의 원만한 동행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다른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면서도 자신이 옆에서 본 경험을 담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열린 수도권방역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건의를 경청했고, ‘코로나와 같이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발언이 나중에 대통령 연설문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 면에서 문 대통령과 이재명 지사는 ‘케미’가 맞았다”고 적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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