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지난 6월 12일 세종시 반곡동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는 “교황청이 여러가지 길을 통해 교황님이 북한에 갈 수 있는 그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유흥식 대주교는 30일(현지시각) 바티칸시티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 쪽을)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다”면서도 “북한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대주교는 교황청 자선단체인 산에지디오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과 직접 접촉할 길을 찾고 있음을 내비치며 “여러 분위기로 만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교황으로부터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갈 수 있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유 대주교는 문 대통령 면담 뒤 “교황님이 ‘아주 재미있고 좋은 날이었다. 한국 대통령이 아주 잘 이야기했다’고 그러셨다고 다른 분한테 들었다”며 교황청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유 대주교는 코로나19 방역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을 위해 교황청이 지원에 나설 뜻도 밝혔다. 유 대주교는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면서 “(백신 지원 등을) 받겠다고만 하면 이런 저런 길이 충분히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북한도 다른 나라와 수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지금 위기는 (반대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냈을 적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길이 나오게 된다”고 했다. 전날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도 문 대통령을 만나 “교황청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대해 언제든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 대주교는 “분명히 교황님이 한반도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말씀을 하셨으리라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이 확인돼 교황청 방역규정에 따라 10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에 함께하지 못했다. 30일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바티칸/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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