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3일(현지시각)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한반도 동쪽을 ‘소동해’로 표기한 유럽 고지도를 확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헝가리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현지시각)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小東海·MARE ORIENTALE MINVS)’로 표기한 고지도 복제본을 전달받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정숙 여사가 전달받은 지도를 보면, “조선의 국호를 ‘CAOLI KUO, COREA, CHAO SIEN’로 표기했으며, 1730년 유럽에서 제작된 이 지도는 18세기 유럽에서도 한반도 동쪽 바다가 ‘동해’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헝가리와 한국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은 특히 “이 고지도는 가장 많이 존재하는 1739년판이 아니라 초기본인 1730년판으로 그 희소성과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는 지도를 받은 뒤 헝가리어로 표기된 ‘소동해’를 읽어보고 “정말로 희귀한 건데 이렇게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총 연장 3000㎞ 기록 속에서 한국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기록을 찾아내 준 한국과 헝가리 양국 국가기록원의 연구자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기록원과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이날 기록 보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했다.
헝가리가 이날 김 여사에게 ‘동해’가 표기된 유럽의 고지도를 공개한 것은 한국과 외교적·경제적 협력을 활발히 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스페인을 방문하던 중 독도와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표시한 1730년대 고지도 ‘조선왕국전도’를 스페인 상원 도서관의 협조로 확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헝가리 국가기록원 방문에서는 헝가리 신부 ‘버이 삐떼르’가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당시 시대상황과 자신의 느낌을 적은 일기(1902년)와 저서(1918년)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버이 삐떼르 신부는 “지금 그들(일본)의 무자비함은 조선인의 저항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조치들은 조선 민족의 자존심을 일깨우는 자극이 될 수 있다. 조선 민족이 침략자들보다 더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선은 일본을 배우고 그들을 능가하여 언제가 다시 주권을 쟁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적었다.
또 “나는 부산이 그 특별한 지정학적 위치로 아시아 대륙의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미 쓴 적이 있다. 거대한 노선은 유럽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일본과 미국을 향해 이곳 부산으로 이어진다”며 “파리, 상트페테르부크에서 아시아로 출발하는 급행열차들이 모두 부산으로 향한다. 오늘날 부산은 실제로 ‘테르미누스’, 즉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머나먼 여정의 종착지”라고 신부는 기록했다.
이같은 기록을 처버 써보 헝가리 국가기록원장과 함께 낭독한 김 여사는 “마치 100년 후를 다녀간 것 같은 글”이라며 “분단 이후 단절된 남과 북의 철도를 연결하고, 한국과 러시아·유럽을 잇고자 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구상을 완벽하게 예견하고 있다. 가장 암울했던 시기의 조선에서 버이 삐떼르 신부가 내다본 조선의 미래는 현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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