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 바이든 대통령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지원’, ‘부패 척결’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제안한 의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10일 밝혔다. 다만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겨냥한 ‘민주주의를 위한 진보된 기술’ 요구 등 미-중 대립지점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미국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감염병과 기후 위기, 세계화와 양극화 같은 심각한 도전 속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전시킬 것인가,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할 때”라며 “제안 삼아 몇가지 생각을 말씀드리겠다”며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먼저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공익언론국제기금(IFPIM)의 취지에 공감한다. 세계 언론의 독립성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인권 증진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과 함께 개도국 여성의 역량 강화를 위한 개발 협력 사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고, “정부 혁신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개도국과 나누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정상회의를 통해 4억2440만달러(약 4933억원)을 들여 지원하겠다는 5가지 중 3개 항목에 호응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챔피언을 필요로 한다”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지원 △부패 척결 △민주 개혁가 지지 △민주주의를 위한 진보된 기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정치적 절차 옹호 등 5개 분야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바 있다.
백악관이 밝힌 내용을 보면, ‘민주주의를 위한 진보된 기술’은 디지털 권위주의로부터 방어와 인터넷에 대한 권위주의적 검열에 대한 대항 등을 목적으로 한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 등의 인터넷 검열과 5G(세대) 통신장비 보안 문제 등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정치적 절차 옹호’는 민주주의 등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운 ‘가치 동맹’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논의 보다는 국내와 전세계에 실질적으로 닥친 코로나19 감염병에 대응하는 과제에 더 집중했다. 전날 민주주의정상회의 본회의에서 연설한 것처럼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민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방역이나 백신접종이 개인의 자유와 충돌하는 모습을 세계 도처에서 보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미디어나 에스엔에스(SNS) 공간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가 혐오와 증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퍼뜨리고 심지어 백신접종의 거부를 부추기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신념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적절한 억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대응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감염병과 기후 위기, 세계화와 양극화 같은 심각한 도전 속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키고 진전시킬 것인가,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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