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이재용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하고 산책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대표들을 불러 청년 일자리 관련 오찬 간담회를 연다. 문 대통령이 법적으로 ‘취업제한’ 상태인 이 부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경영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문 대통령 스스로 재벌 개혁의 의미와 역사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26일 이번 오찬 간담회의 참석 대상은 이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구현모 케이티(KT) 대표 등이라고 밝혔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번 간담회는 ‘청년희망온(ON)’ 프로젝트에 참여해 청년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기업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청년희망온의 사회적 의미와 향후 이행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은 이 부회장의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지만, 정부는 형기의 70%도 채우지 않은 이 부회장을 가석방으로 풀어준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실형이 선고돼 ‘취업 제한’에 묶였지만, 가석방 이후 국외 출장을 나가고 삼성 인사에 관여하는 등 취업 제한을 어기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이라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취업제한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7개 단체는 지난 9월 검찰에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을 엄중히 수사하라’고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 대기업 수출과 실적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시민의 방역 참여로 공장과 항만이 멈춰서지 않아 크게 늘어난 만큼, 이재용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게 일자리 창출 등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신혜현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청년희망온 프로젝트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적극 추진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면서 “이번 간담회를 통해 민관 협력의 일자리 창출 모델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이 한층 더 가중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확고히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가석방 당시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이후 향후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대상은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에서 만들 수 있는 일자리가 제일 많을 텐데,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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