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종교계에서는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 류영모 목사(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 이용훈 의장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정순택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나상호 교정원장(원불교), 손진우 성균관장(유교), 송범두 교령(천도교), 이범창 회장(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들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점심을 같이한 간담회에서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 잘 이끌어주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위기를 넘는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께서 큰 역할을 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종교계 협조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보기에 접종 대상자가 3차 접종까지 빨리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면서 “이번 4차 유행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의 3차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많이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50대 이하의 3차 접종률이 오미크론의 피해 정도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해소에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계가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해 준 것에 대한 감사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각 종단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조치에 적극 협조하여 법회, 예배, 미사 같은 신앙 활동을 자제해 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심지어 부처님 오신 날 경축법회와 연등회 같은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까지 방역을 위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주셨다”고 말하며, 불교계를 추어올렸다. 불교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야산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고 하는데 발끈해, 정부 여당 등 여권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금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 국민들이 분열되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께서 함께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원행 스님은 또 “우리 종교 지도자들이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해서 역할을 담당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홍정 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이범창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문덕 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채식으로 점심을 같이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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