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 맞은 2018년 설에 각계에 보낸 선물 세트.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평창 감자술을 비롯해 경기 포천 강정, 경남 의령 유과, 전남 담양 약과, 충남 서산 편강 등 우리나라 지역별 한과로 구성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선물에는 주는 이의 마음이 담긴다. 대통령의 선물에도 보내는 이의 국정철학과 시대상황 등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각국의 주한 대사관을 포함한 각계 인사 1만5천명에게 임기 중 마지막 설 선물을 보냈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선물상자에 그려진 독도 일출 풍경을 문제삼아 설 선물을 반송했지만 그 안에는 김포 문배주와 충남 부여의 밤, 전남 광양의 매실액, 경북 문경의 오미자청 등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산물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지역을 골고루 고려한 설 선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시작되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설 선물에는 늘 전통주가 포함됐는데, 2004년 국화주, 2005년 이강주, 2006년 가야곡왕주, 2007년 송화백일주를 각 지역의 특산품과 함께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이던 2016년에 충북 보은 대추와 전남 장흥 표고버섯, 경남 통영 멸치 등 각 지역 특산물을 설 선물로 구성해 ‘지역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었던 2017년 설에는 대통령 명의의 설 선물을 발송하지 않았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소비 증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 2012년에는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홍보를 위해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떡국과 참기름, 참깨 등이 설 선물로 선정됐고 2011년에는 쌀 소비 증진을 위해 쌀국수와 잡곡세트를 선물로 보냈다.
고향의 특산품을 선물로 즐겨 보낸 대통령들도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인 전남의 특산품 김과 한과를 자주 선물한 것으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의원 시절부터 고향인 경남 거제의 멸치를 명절 선물로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부친은 거제에서 큰 멸치 선단을 운영했다.
‘임금이나 윗사람이 준 물품’을 뜻하는 ‘하사품’이란 이름으로 대통령의 선물이 전해진 때도 있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봉황 무늬와 함께 한자로 ‘대통령 각하 하사품’이라 쓴 상자에 선물을 담아 해외 노동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의 새해 선물을 사진으로 모아본다.
한자로 ‘대통령 각하 하사품’이라 쓰인 1978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년 하사품 외관 디자인. 새해를 맞아 해외 노동자들에게 깻잎통조림과 고추장, 김치, 된장, 청국장 등 한국 식료품을 하사품이라는 이름으로 전달했다. 대통령 기록관 누리집 갈무리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보낸 1981년 신년 하사품(윗쪽 사진)과 1983년 연말연시 하사품. 대통령 기록관 누리집 갈무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에 보낸 설 선물. `쌀 관세화 유예 협상'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2005년 11월 23일)한 이듬해, 농민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를 담아 전국 8도의 친환경·고품질 브랜드 쌀 8종을 가야곡 왕주와 함께 보냈다. 대통령 기록관 누리집 갈무리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에 보낸 설 선물.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홍보를 위해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떡국과 참기름, 참깨 등이 담겼다. 대통령 기록관 누리집 갈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설 명절을 맞아보낸 설 선물세트. 각 지역 특산품이 담겨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설을 맞아 각계 인사 1만5000명에게 보낸 설 선물 포장. 청와대 제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