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3·1절 기념사를 통해 강조한 것은 ‘한반도 평화’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남북간 평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서대문구 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현재 국제질서를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짚은 뒤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국제 질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한반도가 힘을 합친 평화’를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100여년 전 우리가 국권을 잃었던 때와 비슷하다고 보고, 그런 우를 범하지 않도록 3·1운동의 정신으로 남북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면서 일본을 향해서는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 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과거사 문제를 놓고 진정으로 화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거듭된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에둘러 각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며 “우리 정부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그리고 공급망 위기와 새로운 경제질서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함께하기 위해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논의할 창구를 언제나 열어놓겠다는 뜻이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연설문을 여러번 고쳤는데 특히 한일 관계 등 연설 뒷 부분에 대해 고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