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서울 조계종에서 열린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추대 법회에서 성파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대한불교조계종 15대 종정에 추대된 성파 스님을 만나 “이제 퇴임하게 되면 통도사 옆으로 가게 되어 가까운 이웃이 되는데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하겠다”며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성파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종정 예하께서 불교계의 화합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대통합을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새해 기자회견에서도 임기 뒤 계획에 대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같은 생각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마친 뒤에도 경남 양산시 매곡동에 집을 마련해 내려가 산 바 있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 임기를 마치면 통도사와 가까운 양산시 하북면 신축 사저에 머물며 통도사 방장인 성파 스님을 가끔 찾아 대화를 나누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그동안 성파 스님을 자주 만나는 등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 1월 설 연휴때도 통도사를 찾아 성파 스님을 만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법회에서 “저는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종정 예하를 여러 번 뵌 적이 있다”면서 “그때마다 큰 가르침을 받았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법회에 직접 나온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종정 추대 법회 참석이다. 그동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불교계와 껄끄러웠던 관계를 의식해 문 대통령이 ‘불심 달래기’ 행보를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가야산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고 하는 등 관람료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교계는 여권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의 참석에 불교계와 갈등도 고려되었냐’는 질문에 “불교계에 매우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갔고 이전에 여러 인연이 있었다”면서 “그것도 고려됐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파 스님은 “문 대통령을 전부터 존경해 마음으로 가깝게 지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여기며, 남은 십 리가 중요하다’는 뜻의 ‘행백리자반구십리’(行百里子半九十里)라는 문구를 소개한 뒤 “문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종교계가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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