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월2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중대범죄를 저질러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이유다. 임기 종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검찰 기소 사실만으로 한 위원장을 서둘러 면직 처리한 데 ‘공영방송 장악’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늦은 오후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글을 내어 “방통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하여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본인이 직접 중대범죄를 저질러 형사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면직안 재가 사실을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검찰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고의로 낮추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심사위원장과 방통위 국장, 과장 등 3명은 구속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례적으로 1090여자(공백 포함)에 달하는 장문의 공지글을 내어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면직 처분을 재가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에게 △지휘·감독 책임자로서의 의무 불이행 △공정성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다른 방통위 상임위원들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직권남용 행위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티브이 조선>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마음대로 단축해 직권을 남용했고,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하도록 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도 언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한 위원장 혐의의 법적 판단은 그 이후에 있을 수 있지만 혐의를 받는 것 자체로 공무를 수행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면직안을 재가하지 않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감사원의 방통위 고강도 감찰, 이어진 검찰 수사를 통해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검찰이 지난 2일 위계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 인사혁신처가 청문 절차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혁신처가 송부한 청문조서와 의견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날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양쪽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당분간 임시 체제로 운영된다. 방통위는 대통령 몫 2명(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 여당 몫 1명, 야당 몫 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날 면직안 재가로 위원장이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은 최민희 전 의원의 임명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특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낸 인물이다. 윤 대통령에게 언론 대응 관련 조언을 하면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7월 말까지는 방통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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