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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노대통령 “민심 수용”…대통합엔 회의적

등록 2006-06-01 19:05수정 2006-06-02 01:53

“멀리 보고 준비를” 당 정체성 거듭 강조
민심 등돌려 정책추진 탄력 쉽지 않을듯
당·청 어디로

노무현 대통령이 1일 최악의 참패로 결론난 5·31 지방선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아침 이병완 비서실장을 불러들여 자신의 생각을 받아적게 하고, 이를 정태호 대변인이 발표한 것이다.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정책에 대한 것으로, 노 대통령은 “선거결과는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며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 첫 문장과 두번째 문장이 논리적 충돌을 일으킨다. 싸늘하게 등을 돌려버린 민심을 따르겠다면서도, 해오던 정책은 변화가 없다고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선 선거결과를 놓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에서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 정확한 민심의 현주소를 읽기 어려운 탓으로 풀이된다. 진보 쪽에서는 “한나라당의 눈치를 보느라, 과감한 개혁정책을 밀고나가지 못한 결과”라고 평하고 있고, 거꾸로 보수 쪽에서는 “반시장·반기업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라고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이번 선거결과는 정책에 대한 심판보다는 정서적 이반의 성격이 더 크다”라는 한 참모의 진단에서 드러나듯이, 참여정부 정책이 ‘원칙적으로 옳다’는 나름대로의 믿음을 깔고 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등 주요 국정과제에 더욱 진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민심이 허물어져버려,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돌파구로서 탈당, 개각 등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두번째는 열린우리당의 진로에 대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위기에 처했을 때 당의 참모습이 나오는 법이고, 국민들은 그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라며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한 때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서로의 뜻을 하나로 묶어세워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민주당과의 통합 등 다양한 정계개편 구상에 대해 일단 제동을 건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완패한 뒤 거의 똑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멀리 내다보면서 자신의 정치노선과 정책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국민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정당과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일시적인 유불리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선과 정책에 충실하면서 멀리 보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에서 수없이 쓴맛을 봐온 노 대통령의 경험이 녹아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적어 보인다. 현실적 힘이 없는데다 자칫 간섭으로 비쳐질 경우, 안 그래도 선거 패배의 원인을 노 대통령에게서 찾는 의원들이 적지 않아,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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