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반대 발언 뒤 장관 임명 넘어 정치 대결로 변질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결국 ‘문재인 법무부 장관 카드’를 접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막판까지도 문 전 수석의 기용에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이날 “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문 전 수석의 법무장관 발탁을 고려했었다”며 “문 전 수석이 ‘대통령에게 과도한 정치적 부담을 주는 것은 참모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전 수석의 기용 가능성을 염두에 뒀었다는 얘기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처음부터 ‘문재인 카드’에 집착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천정배 법무장관 사퇴 직후만해도 문 전 수석은 검토 가능한 후보군의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당시 김성호 국가청렴위 사무처장 등 검찰 출신 후보들이 검찰 개혁을 지속할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문 전 수석이 거명됐다는 것이다.
그나마 노 대통령은 휴가가 시작된 7월31일 즈음에는 문 전 수석을 일단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참모들은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시비에 따른 측근인사 반대 여론을 전하며 문 전 수석을 임기 후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고, 노 대통령도 여기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청와대 기류와 다르게 “능력과 인품은 훌륭하지만 국민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청와대 쪽은 설명한다. 당시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 공방을 보수세력의 조직적인 ‘대통령 흔들기’로 파악한 청와대는 공동전선을 펴야 할 여당이 사퇴 압박에 동참한 데 분노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청와대가 이미 배제한 문 전 수석에 대한 불가론이 제기되자, 노 대통령은 인사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한 참모는 “노 대통령은 김근태 의장의 비토론 때문에 문 전 수석의 거취가 단순히 장관감을 찾는 차원을 넘어 정무적 과제로 변질됐다고 파악했고, 문 전 수석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당의 과잉대응으로 문 수석 발탁 여부는 대통령의 권력누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됐기 때문에 대통령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7일 오후까지도 “문재인 카드는 살아있다”며 고심을 거듭한 데는 이런 속사정이 녹아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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