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특집 100분 토론’ 녹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노대통령 ‘소신’ 변화 왜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값 폭등을 잡을 수 있는 유력한 처방으로 거론돼온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인식을 28일 공개적으로 수정했다. “분양원가 공개제도를 반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애초 시장원리를 이유로 분양원가 공개에 강하게 반대하다, 다소 유보적인 태도로 옮겨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이날 분양원가 공개 쪽으로 분명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분양원가 공개 건의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했다. 그는 당시 “경제계나 건설업체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라고까지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놓고 그동안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지도부와도 갈등을 빚어왔다. 신기남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고, 김근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분양원가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특히 김 장관은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고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분양원가 공개 없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효성이 적다’는 압박이 거듭되고,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 의사를 밝히고 나서자, 노 대통령은 이 문제의 실행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은 이날 “노 대통령은 분양원가 공개에 따른 문제점과 파급효과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하지만 국민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에서도 공개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 건설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날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할 뜻이 없다고 밝힌 데는 최근 불거진 은평 뉴타운 아파트 가격 논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은평)뉴타운 등의 (분양가격)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 일각에선 임기 말인 노 대통령이 민생경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참모들의 진언에 따라 국민적 관심사인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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