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노 대통령 ‘또 할말’, 고위공무원들에 ‘소비자주권’ 강조
“할말은 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4일 한국의 언론을 ‘불량상품’과 ‘흉기’에 빗대어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과의 오찬에서 먼저 “우리사회에서 가장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이 어디냐?”는 질문을 던지고 “내 생각에는 미디어 세계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소비자 주권 시대에 감시받지 않은 유일한 권력이 한국의 언론 권력”이라며 언론을 “사실과 다른 엄청난 것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로 마구 쏟아지고, 누구의 말을 빌렸는지 출처도 불명(확)한 의견이 마구 나와서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다니고, 그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배상도 안하는 상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오찬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언론 권력은 소비자 행동으로만 제어가 가능한 분야다. 공직 사회가 이 언론 집단에 절대 무릎을 꿇어서는 안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 아무도 소비자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권력은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며 “힘들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소비자 권리를 행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권력이라도 소비자 노릇을 제대로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불량상품은 가차없이 고발해야 하고,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일 나쁜 것이 유착이다”고 역설하며 “절대 유착하지 말라. 이것은 나의 간곡한 부탁이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와함께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시대가 성장의 기틀을 잡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나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 긴급조치하고 사람잡아 놓고, 죽이고 그렇게 해서 된 것일까, 5·16 쿠데타가 없었으면 그렇게 됐을 것인가 질문을 끊임없이 해본다.”며 “아마 어떤 경우라도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 근거는 공직자들의 우수성에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정책수행에) 시행착오가 더러 있지만, 적어도 내가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몰릴 만큼 그렇게 큰 과오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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