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쓴소리’에 답한다
청와대는 지난 18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한겨레〉의 최근 보도를 비판하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실었다. 모두 ‘한겨레에 보내는 쓴소리’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첫번째 글은 〈한겨레〉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도를, 두번째는 개헌 문제에 관한 〈한겨레〉 사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세번째는 청와대가 지금 시점에서 왜 〈한겨레〉를 비판하는지를 나름대로 설명한 글이었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시리즈로 비판 글을 올리겠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든 반론을 환영하며 정확한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지면을 통해 이미 밝혔다.(〈한겨레〉 4월19일치 2면) 누구에게나 반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한겨레〉 ‘취재보도준칙’에 따른 것이다.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또한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청와대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고 사실을 과장했다. 균형감을 잃었고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개헌에 관한 보도, 사설들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검토했다. 일부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비판처럼 〈한겨레〉가 “특권의식”에 젖어 사실을 비틀고 “과장을 넘어 선동”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겨레〉는 지금까지 정부에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따라 보도 태도를 정하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개헌 관련 보도 역시 이런 기조 위에서 이뤄졌다. 물론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사실 확인 작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겨레〉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선동” “정치언론의 보도행태”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한겨레〉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청와대의 반론에 대한 〈한겨레〉의 이번 재반박도 ‘사실’과 ‘공정함’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자 애썼다. 이 과정에서 판단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한겨레〉는 언제라도 청와대의 재반론을 다시 받을 수 있음을 밝힌다.
FTA비판 정부 문서 토대로 다각적 진위 검증 거쳐 보도
산자부 내부보고서·행자부 공문서에 기초
‘경찰청장 강경 선회’ 기사 검증노력은 부족
청와대의 반론의 핵심은 크게 보아 사실과 다르다거나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대목들은 〈한겨레〉 확인 결과, 청와대의 주장이 오히려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유전자 조작 생물체(LMO) 관련 보도를 보자. 〈한겨레〉는 우리 협상단이 미국에 유전자 조작 생물체 수입절차 간소화를 약속했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협상 타결 날인 4월2일치부터 3·4일, 6·7일치까지 모두 다섯 차례 지면에 실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섬뜩한 표현의 이 기사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는 분명히 정부 문서와 증언을 토대로 하고 있다. 보도의 1차 근거는 지난 3월25일부터 4월1일까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막판 통상장관급 협상이 이뤄질 때, 산업자원부 현장상황실에서 작성한 내부보고서들이다. 여러 분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한 공무원들이 그날그날 협상 결과와 배경, 협상 계획 등을 자세하게 모아 상부에 보고한 문건들이다.
엘엠오와 관련해서도, 미국 협상단에서 누가 무엇을 요구했고, 우리 쪽에서는 어떤 논의를 거쳐 무엇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내용들이 두 가지 문건에 자세히 나와 있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매번 해명자료를 내어 “있을 수 없는 일”,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고 이번 청와대 반박 역시 이를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에프티에이 반대단체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했다’는 보도 또한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1월2일 전국 시도 행정부지사·부시장 회의에서 나눠준 대외비 공문서의 3쪽에 나와 있다.
이 두 건의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는 문건을 확보한 뒤 나름대로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진위를 검증하는 과정을 밟았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러나 청와대의 일부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고 평가한다. “경찰청장 강경 선회 청와대 의중 실린듯”(3월13일치 10면)이란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한겨레〉 내부에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검증 노력이 미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보도와 관련한 청와대의 지적도 경청할 만한 충고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의 도입으로 부작용이나 피해가 우려되면 이를 내다보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언론의 소임이란 점을 덧붙여두고 싶다.
“개헌논의, 3일만에 여론 지지 없으니 접으라 한 것은 21세기판 긴급조치”
정치권 합의 힘든 ‘외고집 추진’ 부적절
‘3일만의 선회’ 성급했다는 지적은 수긍
개헌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한겨레〉를 비판하는 핵심 내용은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권한 지 3일 만에 여론의 지지가 없으니 논의를 접으라고 한 대목이다. 개헌을 논의해 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가 곧이어 접으라고 했으니 〈한겨레〉가 견해를 바꾼 것으로 비칠 수 있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3일이란 기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청와대 쪽의 항변에도 수긍할 만한 대목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청와대의 주장에 애초 논리적인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엄밀히 말해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했던 방식은 ‘개헌의 공론화’가 아니라 ‘개헌 추진’이었다. 노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말이 제안이지 사실상 일방적인 개헌 추진 발표나 마찬가지였다.
정치권, 특히 야당과 합의 없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에서는 “개헌이 왜 필요한지, 어떤 개헌이 필요한지, 언제 하는 게 좋은지 등에 관한 깊이 있는 공론의 과정” 대신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한 찬반양론만 펼쳐지게 된다. 이는 공론이 아니라 분열과 갈등을 낳는 정치싸움이다. 진정으로 개헌의 공론화를 바랐다면,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헌법이 이러저러한 문제가 많으니 이번에 개헌합시다. 발의는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에서 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이른 시일 안에 개헌안을 내겠다”고 발표한 것이야말로 ‘21세기판 긴급조치’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헌을 제안한 뒤 노 대통령이 취한 태도도 사회적 공론화를 유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선정국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서 개헌 논의조차 아예 당론으로 금지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는커녕 11일 기자회견을 다시 열어 “한나라당이 독재시절 발상을 갖고 있다”고 오히려 압박하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더욱 외면했다.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기 힘든 환경이 개헌 발표 이틀 만에 조성됐다.
〈한겨레〉는 지금도 87년 체제의 여러 한계를 안고 있는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1월 9일 대통령 중임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 발의 방침을 발표했을 때 이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것을 정치권에 제안했던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대통령의 제안 내용은 불충분하지만, 진지한 공론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에 부합하는 헌법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는커녕 대립만 악화시킬 게 명확해진 상황에서는 청와대가 조기에 뜻을 접는 게 그나마 낫다고 〈한겨레〉는 판단했다. 청와대가 표현한 것처럼 “시류에 편승”해서가 아니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여론을 존중하고 합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정부는 왜 WTO회의에선 투자자-국가소송 반대했나
[LMO] “유전자조작 생물체는 FTA 협상대상 아니다”
미 섬유수석협상관의 ‘LMO 연계’ 발언
3월 30일 협상 다룬 산자부 문건에 담겨
청와대는 미국의 유전자 조작 생물체(LMO) 수입·위생검역절차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다룬 공식 의제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단지 지난해부터 미국과 따로 벌인 전문가들끼리의 기술협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확보한 정부의 자유무역협정이 협상 관련 보고 문건들은 이런 해명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3월31일 산업자원부가 작성한 문건은 제목 자체를 ‘한-미 에프티에이 위생검역 관련 엘엠오 협상 현황’이라고 달았다.
정부 스스로 엘엠오를 협상 안건의 하나로 봐온 셈이다.
농림부의 ‘엘엠오 관련 한미간 기술협의 추진상황 보고’라는 문건에도, 미국의 농업수석협상관이 제시한 엘엠오 관련 주요 쟁점사항을 놓고 산업자원·외교통상·농림·보건복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따로 모여 논의하는 등 비중있게 다룬 것으로 나와 있다.
특히 식용·사료용·가공용(FFP) 엘엠오와 후대교배종 관련 (미국 요구사항)은 ‘합의’해줬다는 문구도 있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전문가들끼리 기술적 문제를 논의만 하는 자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산자부의 또 다른 문건에서는 “섬유협상에서 어제(3월30일) 스콧 퀴전버리 미 섬유수석협상관은 엘엠오에 대한 우리쪽 입장 개선 여부에 따라 양허개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우리 부(산자부)는 31일 새벽 1시에 엘엠오 관련 우리쪽 입장을 미쪽에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애초 엘엠오 기술협의는 자유무역협정 협상과 구분됐다.
지난해 1차 협상(6월)이 시작되기 석달 전인 3월, 그리고 4차 협상(10월)과 5차 협상(12월) 사이인 11월에 열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협상 막바지인 3월에만 세 차례나 열리면서 섬유협상과 연계돼 진행됐다.
결과는 우리 쪽 요구사항인 미국의 섬유관세 철폐품목 확대와, 미국 쪽 관심 사항인 한국의 엘엠오 수입·위생검역절차 간소화의 맞교환이었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ISD] “투자자-국가소송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
중-아세안, 미-호주 협정등엔 없어
유럽연합 FTA에서도 모두 제외돼 청와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겨레〉 보도를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3개 자유무역협정(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이나 80여개국과의 투자협정에도 도입된 조항이라며, 한-미 협정에서만 문제 삼는 것은 ‘불안감 부풀리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우선 〈한겨레〉는 이런 비판의 전제인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보편적 기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정부 스스로 지금까지 취해온 입장과도 모순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 도입을 논의할 때 계속 반대 태도를 견지해 왔다. 협정 상대국의 투자자를 보호해주되, 분쟁 해결은 국가기관들끼리 풀자는 의견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도 애초 미국에 건넨 초안에는 이 제도의 도입을 넣었다가 나중에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자, ‘수용 관련 소송은 국제중재 배제, 간접수용 범위 최소화’라는 수정안을 마련해 막판까지 미국에 요구했다. 다른 나라들이 맺은 자유무역협정에서도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배제된 경우가 여럿 있다. 중국-아세안, 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 간에는 이 제도가 채택되지 않았다.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에도 없다. 특히 유럽연합이 맺는 자유무역협정은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모두 제외돼 있다. 필요하면 투자협정을 따로 맺는다. 한국 역시 다음달 7일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 1차 협상을 시작하지만, 유럽연합의 협정문 초안에는 빠져 있다. 물론 우리가 체결한 기존 협정에 이 제도가 들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두 미국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협정 상대국 정부와 사전 협의하고 국제중재보다는 국내 사법절차를 먼저 밟도록 유도하는 장치 등이 큰 차이다. 사법주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셈이다. 또 ‘공공질서, 미풍양속, 보건위생, 환경과 관련해 정부가 투자협정에 위배되는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일반적 예외’ 조항도 들어 있다. [시민사회단체] “FTA 시위 이유 보조금 지급 중단 요청 안했다”
인천 연수구 FTA반대단체 지원금 중단
총무과장이 행자부 지침 따랐다고 밝혀 청와대는 〈한겨레〉가 지난 11일치 1면에 보도한 ‘FTA 반대단체 지원중단, 정부 보조금 제재 본격화’ 기사에 대해 “정부는 FTA 시위를 이유로 보조금 지급 중단을 지자체에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1월1일 각 시·도에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보조금 지원 관련 유의사항’ 공문을 보낸 데 이어 다음날 전국 시·도 행정부시장 및 부지사 회의를 열어 민간단체 보조금이 국가 정책에 반하는 시위 활동 등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회의에서 행자부는 지역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자유무역협정 포럼 등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되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금지하도록 했다. 바로 다음날 경기도는 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 부시장 및 부군수 회의를 열어 행자부 지침을 그대로 전달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10일치 12면에 ‘행자부 “FTA 반대 시민단체에 지원금 끊어라”’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보도는 그 연속선상에서 인천 연수구에서 처음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단체에 대해 지원금 중단 결정을 내리는 등 제재가 본격화됐다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연수구 총무과장도 이 결정이 지난해 11월의 행자부 지침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밝혔다. 한편, ‘경찰청장 강경 선회, 청와대 의중 실린 듯’(3월13일치 10면) 기사에 대해 청와대는 “익명의 취재원 한 마디로 청와대가 폭력을 사주한 집단으로 전락했다”며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경감급 간부가 “원천 봉쇄를 비롯해 주요한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 방침은 간접적으로는 청와대의 묵시적 동의, 직접적으로는 청와대에 파견된 치안비서관이나 경찰청 국장들을 거치게 돼 청와대 쪽의 의중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의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담화와 국무회의에서의 경찰청장 질책 사실 등을 덧붙여 경찰의 강경 대처가 정부 차원의 방침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 등을 근거로 곧바로 ‘반FTA집회 경찰 과잉대응 왜? “강경 선회, 청와대 의중 실린 듯”’이라는 제목을 뽑은 것은 지나쳤던 점이 있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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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비판 정부 문서 토대로 다각적 진위 검증 거쳐 보도
산자부 내부보고서·행자부 공문서에 기초
‘경찰청장 강경 선회’ 기사 검증노력은 부족
한미FTA 반대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금지
정치권 합의 힘든 ‘외고집 추진’ 부적절
‘3일만의 선회’ 성급했다는 지적은 수긍
한겨레신문 <2007년 1월10일치 1면, 3면>
위부터 한겨레신문 <2007년 1월10일치 31면> <4월12일치 31면> 사설
미 섬유수석협상관의 ‘LMO 연계’ 발언
3월 30일 협상 다룬 산자부 문건에 담겨
왼쪽부터 한겨레신문 <2007년 4월 2일치 1면> <4일치 1면> <7일치 3면> <11일치 1면>
중-아세안, 미-호주 협정등엔 없어
유럽연합 FTA에서도 모두 제외돼 청와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겨레〉 보도를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3개 자유무역협정(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이나 80여개국과의 투자협정에도 도입된 조항이라며, 한-미 협정에서만 문제 삼는 것은 ‘불안감 부풀리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우선 〈한겨레〉는 이런 비판의 전제인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보편적 기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정부 스스로 지금까지 취해온 입장과도 모순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 도입을 논의할 때 계속 반대 태도를 견지해 왔다. 협정 상대국의 투자자를 보호해주되, 분쟁 해결은 국가기관들끼리 풀자는 의견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도 애초 미국에 건넨 초안에는 이 제도의 도입을 넣었다가 나중에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자, ‘수용 관련 소송은 국제중재 배제, 간접수용 범위 최소화’라는 수정안을 마련해 막판까지 미국에 요구했다. 다른 나라들이 맺은 자유무역협정에서도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배제된 경우가 여럿 있다. 중국-아세안, 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 간에는 이 제도가 채택되지 않았다.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에도 없다. 특히 유럽연합이 맺는 자유무역협정은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모두 제외돼 있다. 필요하면 투자협정을 따로 맺는다. 한국 역시 다음달 7일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 1차 협상을 시작하지만, 유럽연합의 협정문 초안에는 빠져 있다. 물론 우리가 체결한 기존 협정에 이 제도가 들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두 미국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협정 상대국 정부와 사전 협의하고 국제중재보다는 국내 사법절차를 먼저 밟도록 유도하는 장치 등이 큰 차이다. 사법주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셈이다. 또 ‘공공질서, 미풍양속, 보건위생, 환경과 관련해 정부가 투자협정에 위배되는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일반적 예외’ 조항도 들어 있다. [시민사회단체] “FTA 시위 이유 보조금 지급 중단 요청 안했다”
인천 연수구 FTA반대단체 지원금 중단
총무과장이 행자부 지침 따랐다고 밝혀 청와대는 〈한겨레〉가 지난 11일치 1면에 보도한 ‘FTA 반대단체 지원중단, 정부 보조금 제재 본격화’ 기사에 대해 “정부는 FTA 시위를 이유로 보조금 지급 중단을 지자체에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1월1일 각 시·도에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보조금 지원 관련 유의사항’ 공문을 보낸 데 이어 다음날 전국 시·도 행정부시장 및 부지사 회의를 열어 민간단체 보조금이 국가 정책에 반하는 시위 활동 등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회의에서 행자부는 지역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자유무역협정 포럼 등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되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금지하도록 했다. 바로 다음날 경기도는 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 부시장 및 부군수 회의를 열어 행자부 지침을 그대로 전달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10일치 12면에 ‘행자부 “FTA 반대 시민단체에 지원금 끊어라”’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보도는 그 연속선상에서 인천 연수구에서 처음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단체에 대해 지원금 중단 결정을 내리는 등 제재가 본격화됐다는 사실을 전한 것이다. 연수구 총무과장도 이 결정이 지난해 11월의 행자부 지침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밝혔다. 한편, ‘경찰청장 강경 선회, 청와대 의중 실린 듯’(3월13일치 10면) 기사에 대해 청와대는 “익명의 취재원 한 마디로 청와대가 폭력을 사주한 집단으로 전락했다”며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경감급 간부가 “원천 봉쇄를 비롯해 주요한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 방침은 간접적으로는 청와대의 묵시적 동의, 직접적으로는 청와대에 파견된 치안비서관이나 경찰청 국장들을 거치게 돼 청와대 쪽의 의중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의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담화와 국무회의에서의 경찰청장 질책 사실 등을 덧붙여 경찰의 강경 대처가 정부 차원의 방침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 등을 근거로 곧바로 ‘반FTA집회 경찰 과잉대응 왜? “강경 선회, 청와대 의중 실린 듯”’이라는 제목을 뽑은 것은 지나쳤던 점이 있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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