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가운데)이 대표를 맡은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출범식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안희정·이병완씨 등 참여…“객관적 평가 불가능” 비판
“내년 총선 출마 하려는 사람 입지확보 의도” 지적도
“내년 총선 출마 하려는 사람 입지확보 의도” 지적도
참여정부의 전직 장관, 청와대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 측근 등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27일 출범했다. 이들은 ‘참여정부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포럼의 목적으로 내세웠으나, 참여정부 주체들이 스스로를 평가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겠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구나 포럼이 사실상 ‘친노 세력의 정치 결사체’라는 점에서, 올해 대선 및 내년 총선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창립대회에 200여명 몰려=‘참여정부 평가포럼’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이기명 전 후원회장, 안희정씨, 영화배우 명계남씨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참여정부의 공과를 논하고, 업적을 밝히고 아쉬운 점을 반성할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5년을 냉정하게 평가함으로써 다음 시대의 비전과 과제를 올바르게 수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포럼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친노 인사들의 ‘총결집’이라고 할 만하다. 이병완 전 실장이 대표를 맡았고,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공동집행위원장이다. 김병준·지은희·오거돈·윤광웅·이종석·이창동·허성관씨 등 참여정부 전직 장관들과, 박기영·박주현·이백만·정찬용·조기숙씨 등 전직 청와대 비서관, 이기명·이강철씨를 비롯한 노 대통령 측근 그룹 등 모두 28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안희정씨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은 집행위원을 맡았다. 포럼은 매달 전국 순회 강연이나 쟁점 토론회를 열어 참여정부의 공과를 평가한다는 계획인데, 자문위원과 집행위원 등이 토론회에 직접 참여할 방침이다.
◇ 친노 내부에서 비판론=포럼은 ‘공정한 평가와 올바른 이해’를 지향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평가는 부적절하며, 정치적 의도도 부인할 수 없다”는 비판이 친노세력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포럼 출범이 노 대통령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대통령 임기가 끝난 것도 아닌데,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참여정부를 평가하는 게 객관적이겠냐. 자화자찬밖에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포럼 활동을 통해 입지를 넓혀보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럼 쪽은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현역 정치인들의 참여를 배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병완 전 실장은 참여정부의 정체성과 성과를 강조하며 “이제는 살모사 정치, 보따리 정치, 떴다방 정치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이 참여정부를 공격하면) 정당한 논리와 사실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과의 논쟁도 예고했다.
청와대 쪽은 포럼의 창립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참모들과 회의를 열어 “현직 인사들이 포럼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니 참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참여정부에 대한 잘못된 평가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정당한 평가를 시도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정서가 청와대 안에 있다”고 전했다. 김태규 신승근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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