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등 겨냥 “당 망친 중도통합” 비판
일부 대선주자 ‘기회주의적 행태’ 꼬집기도
일부 대선주자 ‘기회주의적 행태’ 꼬집기도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열린우리당 해체’와 ‘중도세력 통합’을 외치는 열린우리당 안팎의 정치인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의 정치행태야말로 열린우리당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며, “각자 살길을 찾는 파괴의 정치”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합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통해 “4·25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패배라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4·25 재보선의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모호한 처치에 빠졌다”고 탄식하면서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만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이 글은 재보선 뒤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창하는 김근태 전 의장을 향한 경고”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달 30일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당 해체를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참모는 최근 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김 전 대표가 통합신당을 얘기했고, 이제는 아예 당을 깨자고 얘기하고 있는 데 누구와 뭘 가지고 통합할지는 얘기하지 않고 무작정 통합만 외치는 그런 태도가 열린우리당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실제 이 글에서 “(통합론자는)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으나 대선이 목적이라면 당을 합치지 않고도 후보간 연대가 가능한 일이니 당을 깨자고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지도자, 결단과 투신이 중요합니다’라는 다른 글을 통해서는 잠재적 대선 주자들의 행태를 집중 비판했다. 그는 “지도자가 되려는 분은 주위를 기웃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투신해야 한다. 한 발만 슬쩍 걸쳐 놓고, 이 눈치 저눈치 살피다 아닐 성 싶으면 발을 빼는 자세로는 결코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총장 등을 겨냥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도자는) 잘못된 일은 솔직히 밝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은 돌려주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를 포기하지 않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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