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후 정권별 특별사면 내역
노 대통령, 퇴임 석달 앞두고 100여명 특별사면 추진
‘불법 대선자금 연루’ 최도술·문병욱 등 거론
‘불법 대선자금 연루’ 최도술·문병욱 등 거론
노무현 대통령은 5년 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역대 정권의 사면권 남용을 비판하면서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연장하고 사면·복권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랬던 노 대통령이 퇴임을 불과 석 달 앞둔 정권 말에 100명 안팎의 대규모 특별사면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 및 학계, 시민단체들은 사법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의 핵심 인사는 24일 “법무비서관실과 법무부에서 검토 중인 사면 대상은 1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사면 대상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재 특별사면·복권 검토대상에는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정치인과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 정몽원 전 한라건설 회장,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김윤규 전 현대건설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경제계에서는 희망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어 포함될지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또 일부 공안·노동 사범의 사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사면·복권의 기준과 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능하면 올해를 넘기지 않을 방침”이라며 “참여정부가 추구해온 사면의 원칙과 방향에 맞게 사면권 행사는 최대한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는 물론 법원·검찰 등에서도 법률가 출신인 노 대통령이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을 무더기 사면·복권시키는 것은 사법권을 훼손하는 조처라고 비판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는 “최근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전형적인 대형 부정·부패 사범들로,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라며 “국민적 동의 없이 연말 특사라는 이유로 임기 말에 사면을 강행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민경한 사법위원장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을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으로 사면하는 것은 법치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정권을 잡은 뒤 반대 세력의 죄를 면해주는 거야 너그럽게 보면 통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권 말기에 정치인들을 풀어주면서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1월 일부 개정된 현행 사면법은 법무부 장관이 특별사면을 상신하기에 앞서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절차를 강화했으나, 실효성이 없는 형편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임기 말 사면은 관례처럼 단행됐다. 노태우 정권은 11명을 풀었으며, 김영삼·김대중 대통령도 임기 말에 각각 25명, 93명을 특별사면한 바 있다.
강희철 박현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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