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저녁 청와대를 방문한 이명박 당선자를 만찬장으로 안내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시간10분 회동 표정
“많이 바쁘시죠” “5년간 힘드셨죠” 덕담 나눠
“많이 바쁘시죠” “5년간 힘드셨죠” 덕담 나눠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만찬 회동에서 두 사람은 덕담을 주고 받으며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당선자는 이날 저녁 6시30분 선거 때 이용한 자신의 카니발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 본관 현관에 도착해 미리 대기하던 문재인 비서실장의 영접을 받았다. 현관 안쪽 1층 로비에서 이 당선자를 기다리던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가 들어서자 “어서 오십시요”라며 인사를 건넸고, 이 당선자도 “(1층까지) 나와 계시네요”라고 화답했다.
가벼운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나란히 본관 중앙 계단을 걸어 만찬장인 2층 백악실로 올라가며 당선자의 카니발 차량 등을 소재로 대화했다. 노 대통령이 “차가 아주 특별하게 생겼네요”라며 관심을 표시하자 이 당선자는 “경호실에서 사람을 보내주셨다”며 “(권양숙) 여사님은 잘 계시죠? 인상이 아주 좋으시고 …”라고 덕담을 건넸다.
백악실에 들어선 두 사람은 이번에는 자리 배치를 놓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보다 상석인 중앙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된 것을 두고 “내 마음은 당선인이 나보다 윗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돼있나 보다”며 “퇴임 뒤 (청와대에) 오는 일이 있으면 제가 그자리에 앉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아이고 무슨 말씀을,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임기가 다 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뒤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특히 대선 이후 당선자 시절의 경험과 노 대통령의 지난 5년을 소재로 얘기를 이어갔다. 노 대통령이 먼저 “많이 바쁘시죠”라고 묻자, 이 당선자는 “요새(요즘)는 오히려 시간이 있다”고 답했고, 노 대통령은 곧바로 “나는 당선자 시절에 정신없이 바빴던 기억밖에 없다”며 “지금도 사진을 보면 그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번에는 이 당선자가 노 대통령에게 “(그동안) 힘드셨죠?. 5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까, 힘들게 지나갔습니까?”라고 묻자 노 대통령은 “힘들었다. (임기가) 좀 길게 느껴졌다. 중간에 다시 가다듬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없으면 5년이 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시기가 어려운 시기였으니까요, 격변의 시기였으니까요”라고 이해를 표시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가) 4년(연임)이면 행정이나 절차상 속도를 봐서 대개 (임기) 초창기에 시작한 것이 자리가 잡히고 (재)평가를 받을 만한 시기”라며 “그 과정에서 옥신각신하면서 평가를 받기도 하고 선거로 심판을 받고 새롭게 가다듬고 시작하면 몰라도 중간과정 없이 5년을 가는 것은 매듭이 없어 지루하게 느껴진다”며 4년 연임 대통령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대통령께서 정당과의 관계가 그래서 변화무쌍하지 않았습니까”라며 이날 국회를 통과한 이라크 파병연장안을 소재로 “한나라당은 전원동의인데 …. 아슬아슬하게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음식은 한식으로, 전복술찜, 홍삼죽, 삼색전, 살치살구이, 회, 과일 등이었으며, 반주는 와인이었다. 만찬에서 이 당선자는 노 대통령이 퇴임 뒤 (고향인) 김해에 내려간다고 하자 “대통령 퇴임 뒤 고향 내려가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국정브리핑팀에서 만든 <대한민국 부동산 40년> <대한민국 교육 40년>이라는 책을 이 당선자에게 선물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 끝무렵에 “퇴임 이후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경우,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대통령직에 대한 권위와 신뢰는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그렇게까지 준비해줘서 고맙다”며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를 애초 맞았던 본관 1층 안쪽 문에서 배웅했다. 북핵, 6자 회담, 비비케이(BBK) 특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언급이 없었다. 유신재 신승근 기자 ohora@hani.co.kr
노 대통령은 청와대 국정브리핑팀에서 만든 <대한민국 부동산 40년> <대한민국 교육 40년>이라는 책을 이 당선자에게 선물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 끝무렵에 “퇴임 이후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경우,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대통령직에 대한 권위와 신뢰는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그렇게까지 준비해줘서 고맙다”며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를 애초 맞았던 본관 1층 안쪽 문에서 배웅했다. 북핵, 6자 회담, 비비케이(BBK) 특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언급이 없었다. 유신재 신승근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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