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 “금융산업 규제 풀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오후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국민대화합과 경제발전을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당선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융사 대표 간담회
금산분리 완화 등 강조…국책은행장 초청 안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9일 시중은행 및 증권·보험사 최고경영인(CEO)들을 만나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법을 바꿀 것은 바꾸고 규제를 없앨 것은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사 대표 간담회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동북아 허브가 되려면 금융규제 환경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당선인은 또 “입버릇처럼 금융기관, 금융기관 할 때가 있었지만 근래 많은 사람들이 금융산업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며 금융의 ‘산업’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 시이오들도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금융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간담회에선 이 당선인의 공약 사항인 저신용자 신용회복 지원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됐다. 500만원 이하 연체자에 대해 1시간 봉사활동을 수행하면 3만원을 감면해주는 신한은행 사례도 소개됐다. 또 한 금융시이오는 대운하 사업 때 국내 금융사가 국제금융을 조달하는 기간사로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외 당선인과 금융 시이오들은 △금융산업 겸업주의 △금융규제 관련 법·제도 체계 정비 △대형 금융그룹 육성 등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간담회는 예정시간보다 30분을 넘긴 오후 4시께 끝났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당선인께서 ‘금융 산업은 미래성장 산업이다. 금융회사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황영기 인수위 자문위원은 “간담회에서 규제 완화 얘기가 많았지만 금산분리나 민영화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7개 시중은행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 증권·보험사 대표 6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장들과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초청 대상에서 빠졌다. 은행권 안팎에선 “이 당선인이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관료 출신 금융인은 거의 참석시키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혁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