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 각 분과 간사들이 9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맨 앞 뒷모습)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출총제·금산분리·신문법·과거사위 철폐…부작용 해법엔 묵묵부답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시장자율과 규제완화란 명분을 내세워 그동안 시행돼 오던 각종 정책을 폐지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처분에 따르는 부작용을 보완하는 데는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수위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가 대표적인 규제 정책이라며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의 지배력 강화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서는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제 5단체 중 유일하게 출총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위는 “시장의 자율 감시 체계에 필요한 사항은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금산분리 역시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가 허물어지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는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은행을 인수하는 방법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그럴 여력이 될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15조원에 이르는 우리금융그룹의 지분 30%를 인수하는 데도 4조5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300개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회사당 평균 15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또 컨소시엄의 경우 은행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인수위가 정치논리에 따라 ‘철폐’에 나서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인수위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 14개를 우선적으로 폐지하겠다는 행정자치부의 보고를 받고 이를 적극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도 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과거사위 해체를 요구해 왔다. 현재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군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등이 운영중이다. 이들 위원회가 폐지되면 과거사 규명은 미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신문법 폐지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동아일보사 등은 2005년 상반기에 신문법이 “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훼손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재는 지난해 6월 29일 신문사의 방송사 겸영 금지와 경영자료 신고 의무 등 위헌 시비가 일었던 신문법 조항들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신문법 폐지가 아니라 큰 뼈대를 건드리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개정을 해야 맞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인수위가 국회통과라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법으로 만들어진 과거사 위원회들을, 정권에 불리한 과거를 규명한다고 해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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