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도 언론노조 진상조사 촉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전문위원이 국내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 파악에 나선 사건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인수위는 개인의 돌출행동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지만, 언론단체와 정치권에선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13일 성명을 내어 “이번 사태는 한 전문위원 개인의 돌출행동일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이번 언론사찰 파문의 모든 책임을 지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이런 일을 어떤 사람들이 진행했는지 철저히 조사해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파견된 박아무개 국장은 지난 2일 문화부 직원에게 전자우편으로 언론사 간부 등의 신상 자료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3일 ‘언론사 사장단 및 편집국장, 정치부장, 문화부장’ 등 언론사 간부들의 성향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언론재단에 보냈다.
공문에는 언론 관련 주요 단체장과 상임이사, 감사 등 문화부 산하단체 간부와 방송사 대표, 광고주 업체 대표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공문은 이들의 △분야(직책 포함) △성명 △생년(출신지 포함) △최종 학력(전공 포함) △주요 경력 △성향 △최근 활동 △연락처 등 8가지 사항을 작성해 보고하도록 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인수위는 전문위원 직위를 면하고 문화부 장관에게 엄중 징계하도록 요구했다. 신상명세 자료도 즉각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13일 인수위 국정과제 보고회의에 앞서 “차기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 ‘옥에 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단체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해 “이달 초 문화관광부에서 공문을 보냈는데, 공문에는 정치사찰을 연상하게 하는 ‘성향’과 ‘최근 활동’이 포함돼 있었다”며 “‘개별 언론사뿐만 아니라 언론정책을 집행하는 언론단체까지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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