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한승수 총리내정자(왼쪽 두번째) 등과 함께 운동장을 산책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운동장을 15바퀴 돌았다. 인수위 제공
16~17일 워크숍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 청와대’
“결과물 사흘안에 보고” “공동책임제” 강조
“대통령이 정점” 대통령실 영향력 줄어들 듯
“결과물 사흘안에 보고” “공동책임제” 강조
“대통령이 정점” 대통령실 영향력 줄어들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는 ‘속도’와 ‘탈이념’, ‘협동작업’으로 특징지어지는 대기업 비서실과 같은 모습을 띨 것 같다. 이 당선인은 16~17일 이틀동안 진행한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서 이런 구상을 제시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이 당선인을 비롯해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유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 내정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등이 참여했다. 이 당선인은 “함께 일할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대통령이 생각하는 철학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속·공동책임=우선 새 정부의 청와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인 본인이 엄청난 ‘워크홀릭’인데다, 인수위 때부터 ‘노 홀리데이’를 선언했고, 이번 워크숍도 첫날 밤 11시까지 계속된 것만 봐도 짐작이 된다.
이 당선인은 워크숍에서 “내각이나 청와대 수석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6개월이든 1년이든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앞으로 사생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에 근거한 업무평가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유우익 실장 내정자도 “교수는 어떤 사안을 연구할 때 석 달이 걸리는데, 당선인은 사흘 안에 결과를 보고자 한다”고 말해 신속한 업무처리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로의 역할이 구분되는 ‘칸막이 시스템’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국가 중요정책은 공동책임을 지니까 공동으로 일해야 한다”며 “내 일을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고 남의 일을 간섭하는 게 금기가 돼있는데, 지식과 정보의 공유가 없으면 인터넷 시대에 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 탈이념=유 내정자는 새 정부의 대통령실이 ‘탈이념’, ‘실용주의’의 옷을 입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워크숍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 “지난 두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하나, 개인적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왜곡됐던 부분을 바로잡고 소화하는 기간이었다”고 긍정평가를 내렸다. 이는 한나라당이 집권했다고 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긍정적인 국정방향까지 하루 아침에 다 바꾸지는 않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유 내정자는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이데올로기 논쟁에 휘말려 일을 그르치는 건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관계자는 “대북정책이나 복지정책은 ‘시대 흐름’이라는 게 있다”며 “한 번 진전되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운 분야”라고 보충설명했다.
■ 대통령 중심=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워크숍 첫날인 16일 발제를 통해 대통령실의 3대 업무로 △대통령의 의사결정 조력 △대통령의 뜻을 내각·의회·시민단체·국민에게 전달 △대통령 업무 일부 대행 등으로 규정했다. 유 내정자는 “(청와대) 시스템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 비서실이 각 수석을 통해 내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을 지양하고, 대통령실(옛 비서실)의 권한을 ‘대통령 보좌’로 일정부분 축소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현 청와대 비서실의 문제점으로 △일상적 국정까지 관여해 부처 위축, 책임소재 불명화 △국무조정실과 조정기능 중첩 등을 든 바 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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