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퇴임을 사흘 앞둔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고별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출입기자단 고별 오찬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대통령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항상 무대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은 특별한 긴장감을 갖고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데 이제 (그런 연기를)안해도 된다. 이것은 큰 행복이고 자유다”라고 퇴임에 관한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최한 출입기자단 고별 오찬에 참석해 “대통령을 그만두면 가장 좋은 것은 뉴스를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이고, 그 다음은 화장을 안해도 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퇴임을 “고향으로, 일반 국민으로, 1987년 이전, 정치를 시작하기 이전 시민, 조금은 별난 시민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퇴임 뒤)제일 하고 싶은 전환은 마주 서서 대결하고 승부를 맺어가는 승부의 세계를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승부의 대척점에 서 있지는 않겠지만 자유로운 공간 때문에 여러분과 좀 더 여유로운 관계가 열리지 않을까 싶다”며 “(대통령 재직때 처럼)시비를 따지고 정부 비판에 대해 그런 관점은 안된다고 계속 시비는 안하겠지만 가끔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홈페이지를 열어 놓고 올라온 글에 대해 대꾸하고 소통하며 많은 사람과 같이 있는 느낌을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퇴임 뒤 정치적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일은 없겠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사회적·정치적 발언은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기자들도)그동안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무척 힘들었다”며 언론과 편치 않은 관계를 회상한 뒤 “개별 사건보다는 전체적으로 참여정부와 저에 대해 정서적 공감을 보일 때도 있었고, 그 점이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익을 같이 하는 사람, 대의를 같이 하는 사람, 정서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는데 여러분은 까다로운 논리를 생산하는 직업이고 나도 까다로운 사람으로 통하는 데가 많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 여러분과 뜻을 같은 방향에 두고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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