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신속한 의사결정, 결과 중시
포용력 부족·절차 무시 우려
포용력 부족·절차 무시 우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정 운영에 들어감에 따라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떤 식으로 발휘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5년 동안 국정 운영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경영인 출신답게 효율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 경영 방식을 국가 운영에도 접목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이오 리더십은 경영학에서 지시적·지원적·참여적·성취지향적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지시적, 성취지향적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경영학과 교수들은 분석한다.
‘지시적’ 리더십은 대통령이 직접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집행을 지시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통령은 ‘규제 완화→투자 증가→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모델로 삼고 있다. 대통령이 앞서 대불공단 전봇대를 기업경영의 걸림돌로 ‘포지셔닝’(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고객에게 기업 제품과 이미지 등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전략)해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즉각 공무원들이 전봇대를 뽑느라 법석을 떨었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경영학과)는 “추진력과 돌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느슨한 관료 조직에 긴박감과 위기의식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은 대통령이 주요 업무를 직접 챙기기 때문에 일선 부처가 나설 여지가 별로 없게 되는 단점이 있다. 포용력이 부족해 독선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시스템경영공학부)는 “2004년 말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당시 이 시장은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성취지향’ 리더십은 결과·수치·성장을 담론·가치·분배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고등학교만 나오면 영어를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과제를 설정하면, 이를 달성하고자 영어 몰입교육을 추진하는 식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때도 ‘청계천 복원사업 준공일은 2005년 10월1일’ 등으로 미리 일정표를 짜놓고 업무를 추진했다.
이런 리더십은 결과물을 내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부작용이 많이 따르기 십상이다.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잦은 탓이다. 예컨대 영어 몰입교육 과정에서 사교육비 증가와 계층간 영어 격차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외면하기 쉽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런 리더십은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도전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분배와 인권 등 비경제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을 쓰지 않는 것도 시이오 리더십의 특성이다. 대개 시이오들은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들에게 회계 처리를 맡기듯, 이 대통령 역시 자신이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인맥을 주축으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짰다. 그러다 보니 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 인맥 일색이라는 평을 받았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국제경영학부)는 “업무 능력만 보고 데려다 쓰는 기업 경영과 도덕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국정 운영의 차이를 대통령이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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