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 파장 줄이기
“공직사회 긴장 주려고” 해명
대변인도 “위기상황 아니다”
“공직사회 긴장 주려고” 해명
대변인도 “위기상황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위기’를 연거푸 언급함에 따라 그 진의가 궁금해진다. 의도하지 않은 시장 충격 가능성 때문에 최고 지도자들이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이 자주 구사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지금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다른 곳에선 “세계경제가 매우 어려워지고, 국내에서도 원자재 값이 상승을 하고 금융위기가 오고, 굉장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물시장을 본다면 수출이 늘고 있고, 그런 걸 보면 ‘경제위기’라고 표현하긴 힘들다. 위기라고 하면 위기관리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경제위기론’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금융위기’라고 했을 뿐,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라곤 말하지 않았다”며 “공직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경제) 기조가 바뀐 게 아니다. 위기적 상황은 아니라는 것, 아직은 관리범위 안에 있는 것 같다는 게 종합적 의견”이라고 보충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장·차관 워크숍’에서부터 ‘경제위기’를 자주 언급했다. 그날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며 ‘위기’라는 단어를 13번 사용했다.
이런 발언이 ‘공직자 독려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하고, 나도 공무원들 긴장시키기 위해 ‘위기 온다’고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중압감을 느껴서라는 견해도 나온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기에, 쏟아지는 기대감을 잘 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선거 때도 잠은 잘 잤는데, 요즘은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온다. 걱정이 태산이다”라고도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