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담화는 권위주의 연상”
지난 11일 ‘회견’으로 명칭 바꿔
지난 11일 ‘회견’으로 명칭 바꿔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미·일 순방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의 애초 명칭은 ‘대통령 대국민 담화’였다.
청와대는 총선 다음날인 1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방안을 확정하고 출입기자들한테 일정을 예고했다. 그러다 11일 저녁 행사의 명칭을 갑자기 바꿨다.
청와대 설명은 ‘대국민 담화’라는 명칭이 일방통행식 권위주의를 연상시켜 실용정부에 맞지 않고, 어감도 무겁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포장’만 바꿨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때문에 ‘취임 한 달 기자회견’ 등 대국민 접촉을 가질 수 없었다”며 “실무진에서 ‘담화’라는 명칭을 준비했는데, 전할 내용과 계기가 ‘담화’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거창하지 않다는 점이 감안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선 친박연대의 복당 문제 등 여당 내부갈등이 불거진 사정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최근 정국은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정리’하기에는 돌출 사안들이 많은 편이다.
어쨌든 청와대 쪽은 명칭변경과 무관하게 회견문 등 애초 준비한 ‘내용’은 달라지진 않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기자회견문은 ‘총선 평가’, ‘5월 임시국회’, ‘공공개혁’ 등 국내 문제 위주로 짜였다. 정작 ‘미국·일본 방문’과 관련된 사안은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가 사실상 전부였다.
취임 뒤 첫 기자회견임에도 기자 질문은 3명만 받았다. 회견은 대통령 머리발언과 질의응답을 합쳐 20분만에 끝났다. 과거 대통령 기자회견은 대통령 머리발언만 20분 가까이 하고, 기자 질문도 최소 30~40분에 걸쳐 7~8명 이상 받았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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